글로벌 고금리 현상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4일 통화 신용 정책 보고서에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목표 수준을 넘는 물가 상승률과 더딘 근원 물가 둔화세 등으로 긴축 기조를 장기간 지속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국들의 기준 금리 인상 속도 조절로 긴축 조기 종료나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아 고금리 국면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8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도 유가 상승의 영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7% 상승해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였다. 브렌트유 가격은 12일 배럴당 92.06달러로 지난해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요국들의 긴축 기조가 장기화하면 우리 경제는 수출 악화 등으로 경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글로벌 고금리, 긴축 기조 장기화 속에서 경기 침체와 저성장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우선 수출을 늘리기 위해 경제 불확실성에 시달리고 있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 중동 등으로 수출 지역을 다변화해야 한다. 정부도 수출 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을 위해 금융·세제 등 전방위 지원 대책을 촘촘히 마련해 실천해야 한다. 방문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후보자는 국회 인사 청문회에서 “취임한다면 1번 과제는 수출 회복”이라고 강조한 만큼 수출·투자 여건 개선을 위해 비상한 각오로 나서야 한다.
이럴 때일수록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구조 개혁과 규제 사슬을 혁파하는 것이 시급하다. 경제의 근본 체질을 개선해야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고 성장의 불씨를 살릴 수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의 국가 경쟁력 평가(2019년)에서 한국의 노동시장 유연성은 141개국 중 97위, 노사 협력은 130위로 바닥권이다. 사회 안전망을 보강하되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한국에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연금 개혁 등의 구조 개혁을 권고했다. 나아가 초격차 기술 확보 등으로 기존 주력 산업의 성장 동력을 재점화하고 미래차·바이오·방산 등 신성장 동력을 키워야 한다. 고통의 시기를 경제 체질 개선의 계기로 활용하지 못하면 과거 일본과 같은 장기 불황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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