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형 프랜차이즈 카페가 학교 인근과 학원가 곳곳까지 들어서면서 청소년의 카페인 과다 섭취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7일 연합뉴스는 잠을 줄이기 위해 저렴한 대용량 커피를 자주 찾는다는 서울 양천구 목동 학원가에서 만난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황 모(15) 양은 2학기가 되면서 수면시간을 4시간으로 줄였다. 목표로 하는 자율형 사립 고등학교 입시가 코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커피를 사 마시기 시작했다는 황 양은 "학원 근처에 저가 커피를 파는 카페가 네 군데 정도 된다"며 "확실히 수업 들을 때 덜 졸려서 자주 사 마신다"고 매체에 전했다.
수학 경시대회를 준비하며 오후 10시까지 학원 수업을 듣는다는 중학교 1학년 윤 모(13) 군도 졸음을 쫓기 위해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요즘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실 정도다. 윤 군은 "집에 가서 잠을 못 잔다거나 그런 증상을 겪은 적은 없지만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뛸 때는 있다"고 밝혔다.
윤 군과 같은 나이인 이 모(13) 양은 아이스라떼를 손에 들고 있었다. 이 양은 "요즘엔 (학교 주변에) 떡볶이집보다 'XX커피' 같은 카페가 훨씬 많다"며 "학교에서 커피 음료를 안 판다고 해서 (학생들이) 커피를 안 마시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는 청소년들이 자주 마시는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 음료를 통해 고카페인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이다. 한 저가 커피 브랜드 홈페이지에 따르면 20oz(약 600ml)짜리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카페인 함유량은 204.2㎎이다. 식약처가 규정하는 몸무게 50kg 청소년의 카페인 최대 일일 섭취 권고량(125mg)을 훌쩍 뛰어넘는 수준이다.
실제로 청소년들은 자주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질병관리청이 작년 전국 800개교 중고생 약 6만 명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응답 청소년의 22.3%는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를 섭취한다고 답했다. 주 1∼2회 마신다는 응답도 26.4%나 됐다.
관련 당국은 규제를 통해 청소년을 고카페인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어린이식생활안전관리특별법은 고카페인 함유 식품은 18세 미만 아동의 올바른 식생활에 '요주의' 식품으로 규정한다.
식약처는 전국 학교 주변 편의점 약 700곳 진열대에 고카페인 음료의 부작용을 알리는 주의 문구를 표시하고 있다. 편의점서도 학생들이 쉽게 대용량 커피나 에너지음료를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학교에서 커피 등 고카페인 함유 식품의 판매를 금지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이 주로 커피를 사 마시는 학교 인근과 학원가 등지 저가형 카페에 대한 관리·감독 규정이나 조치는 별도로 없는 실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학교나 학원가 일대 카페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커피를 판매하는 걸 규제할 법적 근거는 없다"며 "카페 내에 고카페인 음료의 부작용을 알리는 스티커를 붙일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 카페인 과다 섭취가 성장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어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카페인 과다 섭취는 체내 칼슘 흡수를 방해해 성장에 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위산 분비를 촉진해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며 "또 커피를 마신 직후엔 집중력이 오를 수 있지만 카페인 효과가 떨어지면서 오히려 집중력이 감소하고 신경이 예민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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