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들어 거래된 서울 아파트 최고 가격이 전고점의 88% 수준까지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상급지에 속하는 강남·서초·용산의 회복률은 90%대에 올라섰고 경기와 인천도 각각 80%를 넘어섰다. 최근 공사비 인상에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치솟자 차라리 접근성이 좋은 구축 아파트를 구매하겠다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17일 부동산R114가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와 올해 들어 9월 14일까지 같은 단지 내 동일 면적이 거래된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최고가 거래를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고점의 88% 선까지 상승했다. 서울의 전고점 평균은 12억 6695만 원, 올해 들어 최고가 평균은 11억 1599만 원이다. 지역별로는 용산구의 회복률이 97%로 가장 높았고 이어 강남구(96%), 종로구(96%), 서초구(93%) 등의 순이다. 같은 기간 노원(79%)과 도봉(80%), 강북(82%)은 80% 안팎에 그쳤다.
전고점을 넘어선 거래도 나왔다. 강남구 개포동 디에이치아너힐즈 전용면적 84㎡는 2021년 10월 최고 26억 5000만 원(29층)에 팔렸으나 올해 8월에는 30억 2500만 원(19층)에 거래돼 오히려 최고가가 4억 원 가까이 올랐다.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차 78.05㎡는 2021년 4월 27억 원(12층)에 매매됐으나 올해 9월에는 35억 원(3층)에 거래돼 최고가가 8억 원 상승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은 상급지 위주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가격 수준이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아파트값은 전고점의 83%까지 올라왔다. 전고점 평균 가격은 6억 2785만 원이었고 올해 최고가 평균은 5억 2012만 원이다. 회복률이 높았던 지역은 연천군(95%), 가평군(92%), 과천·여주시(90%) 등이다. 과천시의 경우 전고점 평균 가격이 9억 8797만 원이었는데 올해 8억 8793만 원까지 올라왔다. 최고가가 전고점에 근접하게 상승하면서 ‘10억 원 클럽’에 진입한 단지들도 눈에 띈다. 경기 하남시의 미사강변센트럴풍경채 84㎡는 2021년 9월 최고가 12억 3250만 원에 거래된 뒤 올해 1월 8억 3000만 원까지 떨어졌다가 6월 10억 2800만 원으로 다시 10억 원대에 진입했다.
인천은 전고점 대비 82% 수준으로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2021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최고가 평균이 4억 5844만 원, 올해 들어 최고가 평균이 3억 7646만 원이다. 수도권 전체로는 올해 들어 아파트 최고가 평균이 전고점의 85%까지 올라왔다.
구축 아파트 최고가가 회복되는 것은 분양가 상승과 맞닿아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민간 아파트 분양가는 올 3월 이후 6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건설자재값과 노무비 인상 등에 따른 직접 공사 비용 부담이 늘어난 탓이다. 지난달 서울 평균 분양가는 1㎡당 963만 5000원으로 전년 대비 16.46% 뛰었다.
이 같은 현상에 2주 연속 둔화됐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 폭도 다시 확대됐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8월 셋째 주 0.14%를 기록한 뒤 넷째 주 0.13%, 이달 첫째 주 0.11%로 둔화됐지만 둘째 주 0.13%로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주요 인기 대단지와 재건축 등 정비사업 추진 지역을 위주로 매수 문의가 꾸준하고 일부 상승 거래가 발생하며 상승 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매물도 쌓이고 있어 향후 아파트값 상승 추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아파트 실거래가 제공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지난달 말 7만 건을 넘어섰다. 이는 아실이 집계를 시작한 2020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이달 15일 기준 매물 수는 7만 4788건으로 보름 전인 지난달 28일(6만 9167건)보다 8%가량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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