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식 농성 중이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8일 급격한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윤석열 정부의 사과 및 쇄신을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한 지 19일만이다.
국회 본청 당대표실에서 단식을 이어오던 이 대표는 이날 오전 7시10분쯤 앰뷸런스에 실려 국회 인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며 거의 의식을 잃은 상황이라 앰뷸런스를 부를 수밖에 없었다는 게 민주당 측의 설명이다.
지난 달 31일부터 국회 본청 앞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에 들어갔던 이 대표는 건강 상태가 안 좋아지면서 실내인 당대표실로 단식 장소를 옮겼다.
이후 당내 인사는 물론 시민사회 원로들이 이 대표를 찾아와 단식을 만류했다. 지난 14일에는 이 대표의 ‘카운터파트’인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단식 중단을 정중히 요청했지만 이 대표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전날(17일)에는 ‘신속히 입원해야 한다’는 담당 의료진의 판단에 긴급히 119 구급대원을 불렀지만 이 대표가 입원을 완강히 거부했다. 하지만 하루 만에 의식이 혼미해질 정도로 건강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불가피하게 병원 후송을 택했다.
이 대표는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생리식염수 투여 등의 응급조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대표가 여전히 단식 지속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있어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이 대표는 이곳에서 두 시간 가량 응급조치를 받은 뒤 단식 후유증 관련 치료 및 회복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서울 중랑구 녹색병원으로 이송됐다.
이 대표가 병원으로 후송되면서 ‘단식 정국’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민주당은 이날 교권보호 관련 법안을 논의할 보건복지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해임건의안도 이날 국회 의안과에 제출했다.
이날 오후에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민주당 모든 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띠잇기’ 농성도 진행한다. 제1야당 대표의 단식 기간 동안 대통령실 측 인사의 방문이 전무했던 데다가, 또 다른 관계자의 “누가 (이 대표에게) 단식 하라고 했느냐”는 발언에 대한 항의 차원이다.
이 대표의 입원에 정부·여당도 걱정을 드러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건강이 빨리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이 대표가 부디 건강을 회복한 뒤 제1야당의 대표 자리로 돌아와 김기현 대표가 제안한 여야 대표 회담을 비롯한 민생을 챙기는 데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다만 검찰이 이날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혐의로 이 대표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정국이 또 다시 체포동의안 표결로 경색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으로선 20일 본회의 보고 후 21일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체포동의안 송부 절차가 지연될 경우 25일 본회의로 미뤄질 수 있다. 다만 25일 본회의는 여야 원내지도부 간의 추가 합의가 있어야 열릴 수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