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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투자자 현혹하는 가상자산업 라이선스

이지은 변호사(법무법인 케이원챔버)

투자 피해 부른 하루·델리오 위탁운용

금융당국 관리 대상 오인케 만들어

이용자보호법 규제 사각지대 여전

운용업 등 적절한 규율 마련 시급





최근 하루인베스트와 델리오 사태가 가상자산 시장을 또 한번 흔들었다.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자산 예치 때 연 10~12%의 고율 이자를 지급하는 중앙화금융(CeFi·시파이) 서비스로 인기를 끌던 두 업체는 올 6월 13일과 14일 하루 간격으로 ‘출금 정지’ 조치를 단행해 시장에 충격을 줬다. 하루는 출금 정지 조치 이후 불과 9일 만에 직원 100여 명을 전원 해고했다. 투자자들은 두 업체 대표를 배임 및 횡령,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소했고 두 업체에 대한 회생 신청도 했다.

델리오는 그동안 특정금융정보법상 가상자산보관관리업 라이선스를 받은 유일한 업체라는 점을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 하루는 싱가포르 기업 블록크래프터스의 자회사로 총거래액이 22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는 안전한 글로벌 가상자산 운용 플랫폼이며 세계 정상급 내부 관리팀이 알고리즘 트레이딩을 통해 수익을 창출한다고 광고해왔다. 하루는 특히 올 5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예비 인증을 받아 국내 가상자산사업자 신고가 임박함을 암시했다.



수사를 통해 드러나는 면면을 보면 두 업체가 수탁 자금을 직접 운용하고 있다는 광고는 사실과 완전히 달랐다. 델리오는 하루 등 외부 업체, 하루도 대부분의 자산을 국내 퀀트 트레이딩(매매) 기업인 B&S홀딩스를 비롯한 외부 업체에 위탁 운용을 맡겨왔던 것이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B&S홀딩스의 존재조차 몰랐다. 가상자산위탁운용업은 특금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고 업자들이 외부 위탁 운용을 알릴 의무나 아무런 공시 규제가 없다.

투자자들은 델리오의 특금법 라이선스는 가상자산보관관리업에 국한되며 가상자산 예치 및 운용 업무는 아예 금융 당국의 관리 감독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까.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자금 세탁 방지가 주목적이고 투자자 보호는 부수적이라는 점을 알았을까. 가장 큰 책임은 그간 가상자산업 라이선스를 받아 금융 규제 체계하에 들어온 것처럼 투자자들을 오도한 업자가 져야 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업 라이선스가 투자자를 오인하게 만든 잘못도 크다. 투자자들은 금융 당국의 검증을 거쳐 인허가를 받은 기관들이니 금융 감독 대상이라고 신뢰했을 것이다. 금융 감독 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이유다.

최근 통과된 가상자산 투자자 보호의 1단계 입법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의 한계는 분명하다. 특금법상 가상자산업의 정의와 사업자의 구분을 그대로 차용해 가상자산 예치·운용업 등 규제의 사각지대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감독 당국을 비난하기는 쉽지만 가상자산의 법적 불확실성의 한계가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의 한계는 아니다. 비트코인을 탄생시킨 사이버펑크의 탈중앙화금융(DeFi·디파이)에 대한 이상은 깨지고 있다. 투자자들은 FTX 사태와 테라·루나 사태 등을 겪으면서 블록체인 금융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반문하기 시작했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서는 동일 기능, 동일 규제라는 금융 감독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공감대가 커지고 있다. 2단계 가상자산법안이 가상자산 예치·운용업을 포함해 금융 서비스의 기능을 구현하는 여러 가상자산 서비스를 적절히 규율하고 산업 혁신과 투자자 보호를 조화시키는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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