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멕시코 의회에서 처음으로 미확인비행물체(UFO) 관련 청문회가 개최된 가운데 자칭 UFO 전문가라는 언론인 출신 남성이 ‘외계인 사체’라며 청문회에서 공개한 물체에 대한 논란이 여전하다.
16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멕시코 국적의 언론인 호세 하이메 마우산(70)은 ‘외계인의 사체’라고 주장하는 미라 2구를 멕시코시티에 있는 사무실에서 다시 한 번 공개했다. 그는 이 시신들의 발견이 ‘인류에게 일어난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재차 주장하고 나섰다.
마우산은 지난 14일 멕시코시티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UFO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사체들을 공개했다.
그가 외계인 사체라고 주장하는 물체는 길쭉한 머리에 마른 체격, 양손에 각각 세 개의 손가락이 있었다. 마우산은 “2구의 시체가 2017년 페루 나스카 일대에서 발견됐으며, 지구상의 어떤 생명체와도 관련이 없는 비(非)인간 존재”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멕시코국립자치대학교가 사체의 방사성 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약 1000년 전에 만들어진 화석임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마우산은 “두 시신 중 하나는 암컷”이라면서 “몸 안에 알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시 멕시코 해군 보건과학연구소 소장 호세 데 헤수스 살세 베니테스는 청문회에서 “100만종이 넘는 생물과 비교한 DNA 검사를 바탕으로 볼 때, 그 시신은 지금까지 과학이나 인간의 지식으로 알려진 것이나 묘사된 것과 관계가 없다”며 마우산을 옹호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언론과 전문가는 “이 같은 주장은 많은 과학자에게 이미 거짓으로 증명된 사기극”이라고 단언한다. 중남미에서 외계인이라는 주장과 함께 제시된 시신의 대부분은 유럽 정복자들이 상륙하기 전에 만들어진 어린이 미라라는 것.
실제로 마우산은 2015년에도 “미국 로스웰에서 추락한 UFO에 탑승한 외계인”이라며 관련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그가 외계인 사체라고 주장한 것은 스미소니언 박물관에 전시된 어린이 미라였다.
페루의 저명한 생물·인류학자 엘사 토마스토-카히가오는 마우산의 주장에 “아직도 그런 헛소리가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느냐”며 “너무 말도 안 되고 단순한 문제라서 더 할 말도 없다”고 말했다.
마우산이 내놓은 DNA와 탄소연대측정법 검사를 검토한 멕시코 과학자도 시신이 지구상에 있는 보통 생물체의 것이라고 추정했다.
논란이 확산하자 멕시코국립자치대는 성명을 통해 “연구원들이 표본 자체를 조사한 적이 없다”며 “2017년 당시 의뢰인이 건넨 피부 샘플을 연대 측정했다”고 밝혔다. 멕시코국립자치대의 과학자 훌리에타 피에로도 “지구에 없는 생명체의 화합물이라는 걸 보여주는 새로운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2017년 “2004년 미 샌디에이고 인근에서 훈련 비행 도중 UFO로 추정되는 물체를 봤다”고 폭로해 큰 파장을 일으켰던 전직 미 해군 조종사 라이언 그레이브스마저 마우산의 주장에 고개를 내저었다.
그레이브스는 지난 1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마우산의 행위가 이른바 ‘관종짓’(stunt)에 불과하다며 “그의 외계인 사체 공개는 이 사안에 대한 논의를 크게 후퇴시켰다”고 비판했다.
한편 페루 문화부는 마우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나스카 일대에서 화석을 불법으로 반출한 것으로 보고 있다.
레슬리 우르테아가 문화부 장관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고대 유골 중 일부인 것으로 안다”며 “유골이 사라진 것과 관련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확인 중”이라고 전했다. 페루 당국은 마우산과 공범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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