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써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재판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최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9대 3 의견으로 18일 확정했다. 최 의원은 법무법인 청맥 변호사로 일하던 2017년 10월 조 전 장관의 아들 조원 씨에게 허위 인턴 확인서를 발급해줘 조 씨가 지원한 대학교 및 대학원의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조 씨는 확인서를 고려대와 연세대 대학원, 충북대 법학전문대학원 지원서에 첨부해 제출했다.
재판에서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를 두고 공방이 벌어졌다. 최 의원 측은 조 전 장관의 주거지 PC에서 나온 하드디스크 등 저장매체 3개에 들어있는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PC의 실사용자 조 전 장관 부부에게 전자정보 탐색·추출 과정에 참여권을 보장하지 않았으므로 위법하게 압수된 증거라는 취지다. 해당 저장매체들은 프라이빗뱅커(PB) 김경록 씨가 조 전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부탁을 받고 숨겼다가 검찰에 임의 제출했다.
1, 2심 재판부는 김씨가 실질적 피압수자여서 문제가 없고 인턴 확인서는 허위가 맞다고 판단해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쟁점은 하드디스크 소유자인 정 전 교수 등에게 참여권을 보장했어야 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전자정보의 증거능력을 인정한 원심 판단에 관련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보고 최 의원의 상고를 기각했다. 대법원은 “정 전 교수는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존재 자체를 은폐할 목적으로 김씨에게 이를 교부했고, 이는 하드디스크 및 전자정보에 관한 지배 및 관리처분권을 포기하거나 김씨에게 양도한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결과적으로 김씨는 하드디스크에 대한 현실적 지배와 전자정보에 관한 전속적 관리처분권을 사실상 보유·행사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반대의견을 낸 민유숙·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본범(정 전 교수)이 증거은닉범에게 증거은닉을 교사하면서 정보저장매체를 교부한 경우 관리처분권을 확정적으로 완전히 포기했다고 인정할 만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본범이 전자정보에 관한 관리처분권을 양도·포기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정 전 교수는 그 전자정보에 관한 실질적 피압수자에 해당하므로 참여권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법과 공직선거법에 따라 최 의원은 의원직을 상실했다. 선출직 공무원이 일반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을 확정받으면 당선인 자격 또는 의원직을 잃는다. 최 의원은 선고 직후 취재진에게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이 내린 결론이니까 존중할 수 밖에 없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며 “이번 판례를 통해서 그간의 남용되고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압수수색 절차나 피의자의 인권 보장과 관련해 진전된 판결이 나오길 기대했는데, 헛된 기대였다”고 말했다.
이번 재판은 본안 사건 격인 조 전 장관 부부의 ‘자녀 입시비리’ 항소심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수 밖에 없다. 해당 재판은 조 전 장관이 아들 입시비리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는지, 허위 인턴 확인서 발급 및 제출을 공모했는지가 핵심이다. 1심은 조 전 장관이 해당 확인서가 위조됐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다고 보고 무죄로 판단하고, 뇌물수수·직권남용 등 혐의 등만 인정해 징역 2년에 추징금 600만원을 선고했다. 아들 뿐만 아니라 딸의 입시비리에도 관여했다는 점이 인정될 경우 항소심에서 조 전 장관의 형량은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정 전 교수는 아들 입시비리 관련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와는 별도로 정 전 교수는 딸 입시비리 혐의 등으로 지난해 1월 징역 4년이 확정돼 현재 복역 중인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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