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한 지 7주년이 지났는데 한국에서는 팬들을 많이 만나지 못했습니다. 특별한 날, 미칠 준비 되셨나요!”
‘세계 최고의 걸그룹’ 블랙핑크가 월드투어 마지막 공연을 펼쳤다. 17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는 블랙핑크 월드투어 ‘본 핑크’의 피날레인 서울 공연이 열렸다. 3만 5000명이나 되는 국내외 팬들이 고척돔을 가득 메웠다. 엄청난 열기와 인파에 6시에 시작 예정이었던 공연은 입장 지연으로 20분 가량 늦게 시작됐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0월부터 시작된 월드투어의 대미를 장식하는 무대. 엄청난 스케일과 디테일 속에 진행돼 팬들을 열광케 했다. 전 세계 34개국, 64개 도시에서 180만 명의 관중을 동원하며 한국 걸그룹 역사상 최대 공연으로 남은 이번 투어는 월드투어와 각종 시상식·코첼라 등 페스티벌을 뜨겁게 달군 퍼포먼스의 총집합이었다. 화려한 레이저 쇼와 영상, 밴드 라이브와 새로운 편곡이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했다. ‘불장난’ ‘붐바야’ ‘셧 다운’ 등 누구나 아는 명곡들이 셋리스트를 가득 채웠다.
특히 코첼라 등 해외 무대에서 선보였던 한옥 기와 형상의 세트가 국내 무대에서도 선보여 이목을 끌었다. 지난해 KSPO 돔에서 열렸던 월드투어의 첫 서울 공연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던 세트로, 아름다운 한국의 미를 K팝 무대에 적용해 큰 찬사를 받은 바 있다. 지수의 솔로곡 ‘꽃’ 무대에서는 문창살 무늬가 스크린을 가득 채웠고, ‘타이파 걸’ 무대에서는 부채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나와 안무를 선보였다.
블랙핑크는 120분 간 그들이 왜 세계 최고의 걸그룹인지를 증명했다. 강렬한 편곡의 ‘핑크 베놈’ 무대로 공연을 시작한 블랙핑크는 총 22곡의 무대를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이끌어 나갔다. 어느덧 ‘마의 7년’을 넘어선 이들은 여유롭게 팬들과 소통하며 본인들만의 매력을 아낌없이 선사했다. 팬들이 일어나지 않고 앉아 있자 제니와 지수는 “서운하다”고 말해 팬들을 모두 일어나게 하며 동시에 웃음짓게 했다.
공연 시작 전부터 고척돔 주변에는 해외 팬들이 가득했다. 한국어보다 영어나 태국어, 중국어가 훨씬 많이 들릴 정도였다. 한 인도네시아 팬은 “리사를 보기 위해 한국까지 왔다”며 “이번 공연이 이들이 완전체로 펼치는 마지막 공연이 아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공연은 팬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로 중계됐다.
블랙핑크와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 간의 계약 기간은 지난달 끝난 상태로, 업계 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이 이들의 재계약 여부에 쏠린 상태다. 이날 공연에서도 멤버들의 멘트 하나하나에 팬들의 심장이 오르락내리락했다.
블랙핑크의 완전체 활동이 막을 내린다면 이는 소속사 뿐 아니라 K팝 업계에도 큰 타격일 수밖에 없다. 이들이 이번에 기록한 180만 명의 투어 규모는 방탄소년단(BTS)의 뒤를 잇는 K팝 사상 두 번째 규모다. 이들은 빌보드의 메인 앨범 차트인 빌보드200 1위를 달성한 유일한 K팝 걸그룹이자, 세계 최대의 음악 페스티벌인 코첼라의 헤드라이너 무대를 장식한 걸그룹이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와 조회수는 전 세계 아티스트 중 1위, 스포티파이 팔로워도 전 세계 걸그룹 1위다. 고척돔에서 공연한 걸그룹도 이들이 처음이다.
이들은 유엔총회에도 참석해 기후변화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선한 영향력’도 끼쳤다. 걸그룹 전성시대라지만 이들의 입지를 위협할 걸그룹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확실한 미래에 YG엔터의 주가는 이들의 계약 만료가 임박한 하반기부터 횡보 중이다.
블랙핑크는 이번 공연에서 재계약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팬들은 “마지막”이라는 이야기가 멤버들의 입에서 나올 때마다 탄식을 내뱉었다. 리사는 직접 쓴 글을 읽으며 “우리가 만난 지 2096일이 지났는데, 나의 20대를 빛내 준 블링크(팬덤)에게 감사한다”고 이야기했다. 제니도 “앞으로도 멋있는 블랙핑크가 될 것”이라며 미래를 암시하는 말을 남겼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