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경제 침체와 극심한 사회 혼란에 이어 외교·안보라인 핵심 참모들의 석연치 않은 낙마 등으로 입지가 흔들리고 있다고 서방 전문가들이 분석했다. 시 주석 1인에게 지나치게 권력이 집중된 것이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등으로 중국 경제가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중국의 청년(16~24세) 실업률이 최악의 지표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6월 청년 실업률은 20%를 넘기며 전 세계의 주목을 끌었고, 7월부터는 아예 수치 공개를 중단했다. 제롬 코헨 뉴욕대 교수는 “시 주석이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다”며 “사회 전반에 불만이 팽배하다”고 밝혔다.
자연 재해 대처도 매끄럽지 않았다. 7~8월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수십명이 사망하고 약 100만명이 대피했다. 이런 와중에 지난달 초 베이징을 둘러싼 허베이성의 최고 관리가 베이징을 홍수로부터 지키기 위해 허베이성을 희생시켰다는 식의 발언을 해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고 있다
중국을 이끄는 관료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은 시 주석의 리더십에 강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친강 외교부장이 잠적 끝에 지난 7월 해임된 데 이어 최근에는 리상푸 국방부장도 자취를 감췄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인민해방군 로켓군 고위직들이 잇달아 부패 혐의로 낙마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시 주석이 중국 원로들에게 쓴소리를 듣고 역정을 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는 이달 초 시 주석이 지난달 쩡칭훙 전 국가부주석 등 원로 그룹으로부터 사회가 혼란스럽다는 간언을 듣고 측근들에게 “문제가 내 탓인가”라며 분노를 쏟아냈다고 전했다.
서방의 중국 전문가들은 이같은 현상이 시 주석의 지나친 권력 독식에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ASPI)의 로리 대니얼스 상무는 “시진핑의 가장 큰 문제는 1인 통치에서 비롯된다"며 “신뢰할 수 있는 보좌 그룹들이 축소되면 좋은 정보를 얻긴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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