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세수 예측이 또 역대 최대 규모로 빗나갔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국세 수입이 341조 4000억 원으로 올해 예산안 편성 전망치 400조 5000억 원보다 59조 1000억 원(14.8%)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2021년과 지난해에도 본예산 대비 초과 세수가 각각 61조 3000억 원(17.8%), 52조 6000억 원(13.3%) 발생했다. 지난해 1월 문재인 정부의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세수 추계 실패의 책임을 물어 세제실 물갈이, 의사결정 시스템 개편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윤석열 정부의 추경호 경제부총리도 지난해 5월 “아프고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세수 추계의 정확성을 보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도 세수 추계 오차율이 3년 연속 두 자릿수에 달한다니 세제 당국의 기본 역량이 의심된다.
올해는 지난 2년과 달리 초과 세수가 아니라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펑크’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심각하다. 정부는 세수 부족분 가운데 약 36조 원은 외국환평형기금(외평기금), 세계잉여금, 불용 예산 등으로 메울 예정이다. 하지만 ‘외환 방파제’ 역할을 하는 외평기금을 갖다 쓸 경우 환율 불안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 또 지방자치단체는 23조 원가량의 지방교부세·교육재정교부금이 자동 삭감되면서 재정 사업을 재검토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세수 추계는 정부 지출의 규모를 결정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나라 살림의 기초이다. 과도한 추계 오류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재정 운영을 저해하고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린다. 지금처럼 엉터리 세수 추계를 반복한다면 기재부는 ‘경제정책 컨트롤 타워’로서 자격이 없다.
정부는 추계 실패 책임자를 문책하는 한편 민간 전문가 참여 확대, 일회성이 아닌 주기적인 추계, 세목별 추계 모형 확대 등을 통해 세수 예측의 정확도를 높여야 한다. 올해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를 가늠하는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세수 결손액에다 예산안 적자 58조 2000억 원을 더하면 117조 3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내년 4월 총선을 의식한 정치권의 포퓰리즘 예산 압력을 뿌리치고 건전 재정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해야 할 것이다. 또 세수 부족에도 성장 동력 확보 등의 예산은 차질 없이 집행할 수 있도록 가용 재원을 최대한 동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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