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첫 날부터 여야가 이 후보자의 자질을 놓고 충돌했다. 여당은 이 후보자를 사법부 정상화를 위한 적임자라고 평가한 반면, 야당은 처가 회사의 비상장 주식 재산신고 누락과 증여세 탈루 의혹 등을 제기하며 후보자의 도덕성을 문제 삼았다.
김형동 국민의힘 의원은 19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 후보자가 대전고법원장이던 지난해 12월 대전지방변호사회지 기고문을 언급하며 “대한민국의 정치가 경제를 넘어 법치를 집어삼키는 ‘사법의 정치화’가 논란이 되는 이 시점은 김명수 대법원장, 그 시절이 맞지 않나”라며 “(이 후보자가) 대법원을 바로 세울 적임자”라고 밝혔다.
같은 당 전주혜 의원은 “지난 70년간 이어져온 사법제도를 무너뜨린 김 대법원장의 임기는 사법부의 잔혹사 6년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코드 인사’로 ‘코드 판결’이 났고, 사건처리 지연으로 이어졌다. 가장 중요한 건 인사의 균형성”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공정한 인사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사법체계 안에서 정파성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공정성만 갖고 (공정한 인사를)확고하게 실현할 의지를 갖고 있다”고 답했다.
야당은 이 후보자의 처가 회사의 비상장 주식에 대한 재산신고 누락과 자녀들의 증여세 탈루 의혹을 집중 질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선출직은 재산신고를 누락하면 당선무효형이고 고위 공직자들은 중징계를 받는다”며 “무려 10억 원이나 되는 재산을 누락하는 행위를 어떻게 책임질 것이냐.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 후보자는 “가액이 10억 원이라는 것을 청문회 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며 “대법원 공직자윤리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했다.
같은 당 서동용 의원은 증여세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서 의원은 “이 후보자의 배우자는 지난 2018년부터 2023년까지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장녀의 해외 계좌로 총 6800만 원 상당을 보냈다”며 “증여 신고없이 국내 재산도 지속적으로 증가해 외화 편법 증여와 증여세 탈루 의혹도 강하게 제기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녀를 이 후보자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한 것도 문제가 됐다. 이 후보자가 해외에 거주하는 딸과 아들을 각각 2019년, 2022년까지 직장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해 건강보험법을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후보자는 “제가 외국에 살아본 경험이 없어서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이날부터 이틀 간 이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한 뒤 오는 21일 임명동의안 심사 경과 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다. 이후 25일 본회의를 열어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을 표결한다. 국회의원 과반 출석과 과반 찬성을 얻어야 하지만 여소야대 상황이라 난항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오는 24일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김 대법원장 이후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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