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건설 공공 부문에 도입된 ‘임금 직접 지급제’를 민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건설 현장에서 만성화된 하도급 업체의 근로자 임금 떼먹기를 선제적으로 막기 위한 제도를 강화하는 것이다. 이 방안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도 동의하고 있는 만큼 시행 가능성이 높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21일 국토교통부와 서울 은평구 한 재개발 공사현장에서 임금체불 근절 대책 간담회를 열고 “두 부처는 일부 공공공사에 한정된 임금 직접 지급제를 공공공사 전체와 50억원 이상 민간공사에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임금 직접 지급제는 국토부가 운영하는 대금지급관리시스템이다. 건설사가 본인 몫 이외 임금, 하도급 대금을 시스템적으로 인출하지 못하도록 하고 근로자 계좌로 송금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상당한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 시스템을 도입한 국토부 소속 공공기관의 공사 임금 체불액은 작년 1억6800만 원으로 건설업 전체 임금 체불액 2925억 원 대비 0.05%에 불과하다.
건설 하도급업체의 임금 떼먹기는 원·하도급으로 형성된 산업 구조에 기인한다. 영세한 규모의 많은 하도급업체가 한 건설현장에 있다 보니 체불 유인이 그만큼 높아졌다. 하도급 업체를 줄이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지만, 비용 절감과 공기 단축 압박을 받는 현장이 쉽게 바뀌지 않고 있다. 이 장관은 “일부 건설 현장 내 불법하도급업체는 임금체불 해결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이로 인한 부실시공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임금 직접 지급제 확대는 두 가지 방안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있는데, 두 안 모두 국회 상황을 고려하면 시행 가능성이 높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은 국토부 소관 건설산업기본법을 고쳐 이 제도를 확대하려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고용부가 맡고 있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을 고쳐 임금 직접 지급제 도입한 뒤, 대상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 이 내용의 법안도 야당이 발의한 상황이다. 변수는 민간업체가 제도 확대에 따른 우려를 한다는 점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고용부는 근로자의 임금체불 방지를 최우선 두고 정책을 펴는 부처”라며 “관련 시행규칙을 개정하거나 국회에 발의된 법안 논의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고용부와 국토부는 불법 하도급과 이로 인한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국토부는 전일 불법하도급을 확인하면 발주자와 원청도 처벌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고용부도 5월 상습적이고 고의적인 임금체불 기업을 처벌하는 대책을 마련했다. 앞으로 두 부처는 신고나 근로감독 과정에서 현장 불법하도급을 확인하면 공유해 대응하는 체계를 구축한다. 이를 위한 첫 협업으로 전국 대형 건설현장 중 12개 불법하도급 의심 현장에 대한 불시 단속을 실시한다. 최근 고용부는 임금체불 사업주를 구속하는 등 수사 강도도 높였다. 이 장관은 “임금 체불은 명백한 반사회적 범죄”라며 “약자를 보호하는 건전한 노동시장이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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