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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표차 가결'에 野 충격…李 부결 메시지, 되레 역풍 불렀다

[이재명 체포안 가결]

◆ 비명계서 '무더기 이탈표'

개딸 문자폭탄에 반발심리 커져

일각선 "당당히 법리싸움 나서야"

친명계 "단식 중인 李에 못할 짓"

박광온 원내대표 사퇴 요구할수도

당내 리더십 구도 요동 불가피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논의하고 있다. 이재명 의원 체포동의안은 가결됐다. 성형주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서 ‘가결’되자 장내에서 개표를 지켜보던 민주당 의원들은 일순 술렁였다. 이 대표가 전날 사실상 체포안 부결을 주문한 상태였고 비명계인 박광온 원내대표까지도 표결에 앞서 부결 메시지를 던진 만큼 체포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은 의외의 결과였기 때문이다. 부결에 총력전을 펼친 친명(친이재명)계는 “목숨 바쳐 단식 중인 당 대표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이라며 격앙된 표정을 지었다. 비명계 의원들은 복잡한 심경 속에서 애써 표정 관리에 나섰다. 2월 ‘종잇장 부결’에 이어 이번에도 이 대표 방탄에 대한 비판 여론을 확인한 만큼 당내 리더십 구조 또한 요동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진행된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나온 찬성표는 149표였다. 당초 국민의힘(110명, 박진 장관 제외)과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을 내린 정의당(6명), 여기에 여당 성향 무소속 의원 2명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의원, 국민의힘과 합당을 한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등 120명이 기본적으로 찬성 투표를 할 것으로 전망됐다. 무기명 투표로 진행된 만큼 정확한 표심은 가늠할 수 없지만 적어도 29명의 표 이탈이 민주당에서 나온 셈이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이라고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문자 폭탄’과 이 대표의 노골적인 부결 호소 메시지가 오히려 팬덤 지지층의 극단주의에 질린 무계파 의원들의 반발 심리를 자극해 가결표를 던지게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은 민주당 소속 의원들에게 반대 표결을 강요하는 단체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지층은 의원들의 답변을 표로 정리해 온라인 커뮤니티에 공유하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 전원에게 전화·문자로 부결을 압박한 뒤 답변한 의원 명단을 정리해 공개한 것이다. 이날 국회 앞에서 열린 이 대표 체포동의안 부결 촉구 집회에는 경찰 추산 최소 3000여 명의 이 대표 지지자들이 참석해 국회를 포위하듯 둘러싸고 체포안 부결을 요구해 의회 민주주의를 시험대에 들게 했다. 이 중 상당수가 개딸 일원인 것으로 보인다.



입원 중인 이 대표를 대신해 의사 진행 발언을 진행한 박주민 의원은 강력하게 부결을 요청했다. 그는 “누구 한 명을 구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민주당을 지지해달라는 것도 아니다. 주주의를 위협하고 침식시키려 하는 독재 수준의 검찰주의, 왜곡된 사법주의에 대해서 민주주의의 보루이자 전당인 국회에서 경종을 울리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윤석열 검찰은 지금, 법치를 지키는 게 아니라 법치를 파괴하고 있다. 헌법 질서와 민주주의, 그리고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 부디 부결에 투표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비명계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이 대표의 단식이 장기화되면서 일부 ‘동정론’이 일기도 했지만 친명계의 과도한 옹호가 오히려 역효과로 돌아왔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회의 전날인 20일 이 대표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부결 투표를 호소하는 메시지를 올리기도 했지만 이 대표 본인이 약속한 ‘불체포 권리 포기’ 선언을 스스로 뒤집은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됐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에게 동정심이 생기려다가도 강성 지지층들의 문자 폭탄을 받으면 없던 정(情)도 떨어진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당당하게 영장 실질 심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법원에서 검찰과의 법리 다툼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해석이다. 박 의원도 의사 진행 발언에서 “영장 한 장 한 장을 꼼꼼히 보면 물적인 증거는 없고 모두 진술뿐”이라며 “실체 없는 내용을 조사하다 보니 사건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공소장들에 기재돼 있는 돈을 준 사람과 받은 사람, 장소, 목적, 금액조차도 서로 다른 모순적인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가결되면서 당내 역학 관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친명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체포동의안 가결에 대한 책임을 물어 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그간 박 원내대표는 비명계로 분류돼 왔다. 이 때문에 표결 막판 ‘박 원내대표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이재명 리더십’에 대한 우려를 눈으로 확인한 만큼 총선을 앞두고 중도 지지층 확장을 위한 초당적 행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이 대표가 당 통합 기구 구성을 통해 비명계에 먼저 손을 내밀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대표는 이날 병원을 찾은 박 원내대표에게 “당 운영에 대한 의원들의 우려를 알고 있으나 편향적인 당 운영을 할 의사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이 민주당의 분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지만 상당수 의원들이 7년 전 국민의당 분당 실패 사례를 목격한 만큼 실천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번 체포동의안 가결은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졌음을 의미하는 만큼 한동안 엄청난 당내 갈등이 있을 것”이라면서도 “만약 영장 실질 심사에서 영장이 기각된다면 이 대표에게도 (리더십 재확립의)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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