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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 "러시아 '안보리 거부권' 박탈해야"

유엔 안보리 회의 첫 참석…개혁 방안 제시

"실현 가능성 낮지만 지원 대의 환기" 해석

미 정치권 지지 확보 위한 활동 이어갈 듯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총회에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처음으로 대면 참석해 러시아의 ‘안보리 거부권’ 박탈을 촉구했다. 안보리 개혁이 유엔총회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0일(현지 시간) 로이터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이유 없이 침략했다”며 “침략자(러시아)가 손에 쥔 거부권이 유엔을 교착상태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체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엔총회가 투표를 거쳐 안보리 거부권을 무효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도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포함돼야 한다는 구상도 내놓았다. 현재 안보리 상임이사국은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영국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국가들 중 한 곳이라도 거부하면 어떤 결의안도 채택할 수 없다.



하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이 제시한 대로 총회에 거부권 무효화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방안 자체가 (상임이사국의) 거부권 행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가까운 미래에 이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번 제안은 전 세계에 우크라이나 지원의 대의를 다시금 환기하려는 목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그 중에서도 미국 정치권으로부터의 지속적인 지지 확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번 방미에서 중점을 둔 핵심 과제다. 미국이 지난해 2월 이후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돈은 400억 달러(약 53조 원)가 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지원에 대한 회의론이 커지고 있다. 공화당이 여전히 지원 입장을 고수하고는 있지만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필두로 미국의 원조가 ‘백지수표’여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같은 분위기를 감안해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는 대신 비공개로 의원들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은 향후 두 달이 우크라이나 전쟁의 주요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11월 중순 이후 계절이 겨울로 접어들면 낮이 짧아지고 토양이 진흙으로 변하는 등 반격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된다. 그 전에 우크라이나가 유의미한 반격 성과를 내지 못하면 미국의 지지 여론이 약화하면서 전쟁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CNN은 “앞으로 두 달간 일어날 일이 유럽의 안보 지형에 10년 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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