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0일(현지 시간) 시장의 예측대로 금리를 동결했으나 향후 금리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미 의회가 예산안을 놓고 대립하면서 각종 경제 데이터를 취합하는 연방정부의 ‘셧다운(업무 정지)’ 우려가 커지고 있으며 유가 상승과 자동차 노조의 파업 또한 인플레이션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연준의 내년 금리 인하 시점은 더욱 예측하기 힘들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CNBC와 투자 전문 매체 배런스 등에 따르면 10월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은 연준의 추가 금리정책 결정 과정의 최대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의회는 내년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10월 1일 이전에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연방정부의 필수 업무를 제외한 정부의 기능이 중단되는 셧다운 사태를 맞게 된다. 공화당의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일단 10월까지 필요한 임시 예산안을 승인하고 대다수 정부 기관의 지출을 약 8% 삭감하는 임시 법안을 마련했지만 공화당 강경파가 거부하고 있다. 문제는 연방정부가 셧다운될 경우 10월로 예정된 9월 고용 보고서,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 3분기 미국 국내총생산(GDP) 추정치 발표가 줄줄이 중단될 수 있다는 점이다. 금리 결정에 참고할 기초 자료가 부재한 상태가 되는 것이다. 아디트야 바베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이 한 달 이상 지속되면 연준은 9월 회의 이후 경제활동과 물가 압력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없어 11월 회의에서 본질적으로 플라잉 블라인드(flying blind)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플라잉 블라인드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계기에만 의존해 비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가파르게 오르는 국제유가 역시 연준의 셈법을 복잡하게 한다. 마켓인사이더에 따르면 JP모건 투자전략가들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국제유가가 산유국 감산의 영향으로 배럴당 120달러까지 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경우 세계 인플레이션을 잠재적으로 연말까지 약 6% 끌어올리고 앞으로 2개 분기 동안 글로벌 GDP에 1.3%의 타격을 가하게 된다는 게 JP모건의 분석이다. 다소 극단적인 상황을 가정하기는 했으나 최근 수개월 유가는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날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근원물가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기대 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년 반 만에 시작된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 또한 연준 금리정책의 복병이 될 수 있다. UAW와 디트로이트 3사(포드·GM·스텔란티스)는 파업 엿새째인 이날도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임금 인상률과 전기차 전환 문제 등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판테온매크로이코노믹스의 한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앞서 UAW가 전면 파업에 돌입할 경우 미국 GDP에 1.7%포인트의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협상이 타결된다고 해도 가파른 임금 인상은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 파월 의장은 이날 UAW의 파업이 얼마나 광범위하고 오래가느냐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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