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업체 ARM, 식료품 배송업체 인스타카트 등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의 새 활력소로 기대받으며 상장한 업체들의 주가가 부진하다. 이들 종목은 미국 증시 전반적인 약세 속에 거래 초기 1~2일간 급등을 뒤로 하고 공모가 근처를 맴도는 실망스러운 주가를 기록 중이다. 일부에서는 과거 성장성에 주안점을 뒀던 테크 기업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까지 내놓는다.
21일(현지 시간) 마켓워치에 따르면 나스닥 시장에서 ARM은 전거래일 대비 1.42% 떨어진 52.16달러에 장을 마쳤다. 공모가인 51달러를 살짝 웃도는 수준으로, 장중 한때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ARM은 14일 상장하며 첫날 25% 상승해 주목을 끌었지만 상승세는 그 때 뿐이었고,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겪었다.
19일 상장한 인스타카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인스타카트 주가는 21일 현재 30.65달러로 공모가인 30달러 수준이다. 한때 공모가 아래인 29.9달러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인스타카트는 상장 첫날 장중 40%까지 올랐던 주가가 그 폭을 줄이며 12% 상승으로 마감한 바 있다. 하지만 다음날 11% 가까이 하락하며 첫날 상승분을 반납했다.
마케팅 자동화 플랫폼인 클라비요의 경우 전날 상장해 공모가 대비 9.2% 상승 마감했으며, 이날도 2.93% 올랐다. 하지만 상장 당시 받았던 기대치에는 못 미치는 수준이다. 앞서 지난 7월 나스닥에 상장한 뷰티 브랜드 일마키아제의 모기업 오디티테크도 상장 첫날 35% 이상 상승했지만, 두 달 동안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1일 주가는 27.93달러로 상장 첫날 대비 10% 가까이 떨어졌다.
테크 기업들로서는 이 같은 주가 부진이 IPO를 통한 이익으로 그간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한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에서 고무적일 리 없다. 특히 IPO 시장이 최근 금리 인상 등 여파로 21개월간 얼어붙었다가 재개된 상황에서 Arm 등의 주가는 우려를 부를 만 하다. 경제전문방송 CNBC는 “공모가 매수한 투자자는 바로 매도하면 돈을 벌 수 있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현재 손실 상태”라며 “IPO 시장 상황도 자본력이 충분한 회사에는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에 기업가치 평가에 대한 문제제기 목소리가 나타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미래 성장성을 주요 기준으로 했지만 이제는 지속 가능한 수익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법률회사 데비보이스 앤드 플림턴의 에릭 위에르겐스는 CNBC에 “사람들이 밸류에이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향후 수개월 동안 해당 기업에 대한 평가를 관찰할 필요가 있고, 기업들도 IPO 목적이 자금 조달이나 직원에 대한 유동성 제공인지, 혹은 사모펀드의 출구전략인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최근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 수준은 폭락을 예상되던 것과 비교하면 괜찮은 수준이라는 지적도 있다. 애스워스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는 “IPO 성패에 대한 적절한 평가가 이뤄지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2주 후에도 주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유지된다면 성공적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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