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공동창업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 미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의 수장들이 미 의회에 모여서 인공지능(AI) 규제에 대해 논의했다. 이들은 AI 규제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그 방안에 대해서는 다양한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AI 기술을 가장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빅테크 기업들이 왜 AI 규제에 나서는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규제를 한다는 것은 진입 장벽을 높인다는 것인데,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정부의 힘을 빌려서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다른 경쟁자들의 진입을 막으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모름지기 규제란 조심히 접근해야 한다. 한번 만든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지금 규제 법안이 만들어지면 이미 고지에 도달한 국가에 유리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국제 표준과 규약은 많은 사례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 그렇다 보니 어느 국가의 사례가 많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국익에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한데 현재 AI 사례는 충분하지 않고 대부분이 AI 선발 주자인 미국 기업에 집중돼 있다.
산업적 측면에서는 시장이 성숙되지 않았는데 섣부르게 규제를 만들면 오히려 성장이 억제된다. 심각하게는 시장 자체가 사장될 수도 있다. 우리는 AI에서는 후발 주자다. 후발 주자들은 먼저 진출한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움직여야 하는데 이런 식으로 미국발 국제적 규제가 먼저 만들어지면 미국 기업들에 더 유리한 상황이 펼쳐지는 것 아닌가. 시장의 요구가 시시각각 달라지는 상황에서 신속하게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AI 상품을 출시하려면 할 수 있는 시도는 다 해봐야 한다. 규제와 같은 진입 장벽은 대다수의 후발 주자들에게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앗아가는 것이다. 특히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에는 더 큰 타격을 줄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규제에 맞추기 위해 더 많은 불필요한 비용을 소모해야 할 것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도 결국은 규제의 장벽에 막힐 가능성이 높다.
기술적 측면으로 볼 때 규제는 AI 기술 발전과 과학 혁신에 큰 제동이 될 것이다. AI 기술이 유례없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챗GPT 이전과 이후의 AI 기술과 활용 범위가 완전히 달라졌다. 전통적 AI로는 불가능했던 일들이 지금의 초거대 AI로는 가능하다.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AI 기술이 몇 달 뒤면 완전히 다른 차원의 수준이 될 수도 있는데 현시점에서 규제를 만든다는 것은 기술 발전 속도를 간과한 시기상조 행위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기업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규제보다는 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과 환경 조성이다. 처음부터 규제의 잣대를 들이밀 것이 아니라 산업이 성장할 때까지 기다리고 지원한 후 이야기해도 늦지 않다. 우선 글로벌 AI 생존 경쟁에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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