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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선거제 개편, 정치에 '넛지' 될까

박경훈 정치부 차장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 21일 국회 앞은 평소보다 혼잡하고 소란스러웠다. 오전부터 부결을 주장하는 측과 가결을 주장하는 측이 각각 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표결 전 본회의장에서 진행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체포동의안 설명은 여야 의원들의 고성이 오가는 아수라장 속에 여러 차례 중단됐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의원은 경청할 의무가 있다”고 자제를 당부해도 소용이 없었다. 선명하게 드러난 진영 간 대결의 모습이다.

이처럼 정치권에서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대결의 주요 원인으로 ‘지지자들만 바라보는 정치’가 꼽힌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는 20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극렬 지지층에 기댄 팬덤 정치와 이로 인한 극단적 대결 구도가 민주주의 붕괴의 기저에 있다”며 “어느 한 정당만의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야 구분 없이 정치인들이 자초한 결과임을 자성한 것이다.

정치 전문가들은 팬덤 정치와 대결 구도가 내년 4월 총선이 다가올수록 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 비례대표·지역구 구분 없이 일단 한 번 국회의원이 되면 4년인 임기 연장을 원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많은 현역 국회의원의 주요 판단 기준이 내년 총선 당선인 셈이다. 같은 편인 지지자들과 함께하는 것이 다른 편 사람들을 설득하기보다 훨씬 쉽고 당선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많은 정치인들에게 팬덤 정치는 거부하기 힘든 유혹이다.



그래서 선거제 개편은 팬덤 정치와 대결 구도를 완화할 해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미국 시카고대 교수는 2018년 국내에 번역 출간된 책 ‘넛지’에서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방법을 설명했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 중앙에 그려진 파리 그림이 밖으로 튀는 소변을 줄였다는 일화가 대표적이다. 선거제 역시 지역·국가 발전에 기여할 인물이 당선될 수 있도록 바뀐다면 팬덤 정치와 진영 대결은 자연스럽게 힘을 잃게 될 것이다.

선거제 개편 협상은 거대 양당 및 개별 의원들 간 엇갈리는 이해관계 속에 타결이 지연되면서 이미 법정 시한을 넘겼다. 우리 편, 나의 당선에 유리한 룰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지가 양측 모두 물러서지 않는 ‘치킨 게임’의 양상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자동차 두 대가 서로 정면으로 충돌하는 상황에서는 핸들을 돌려 방향을 바꾸는 것이 양측에게 최선의 선택이다.

여야 모두 극단적인 대결 구도 해소와 협력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더 늦기 전에 여야가 선거제 개편 협상에 진지하게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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