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교사들의 직업 만족도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는 5년 전 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당시도 학생 위협·학부모 민원 등이 교사들의 심적 어려움을 크게 한 요인으로 꼽혔다. 일선 교사들의 잇따른 극단적 선택 등 불거진 교권 붕괴가 이미 2018년부터 예견돼 왔다는 분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최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OECD 통계를 통해 살펴본 중학교 교사의 직업 인식 국제비교(교사 직업 인식 국제비교)’를 발표했다. 이는 OECD가 2021년 발표한 TALIS(Teaching and Learning International Survey) 자료에 따른 것이다. TALIS는 교육 환경과 교사의 근로조건 등에 대한 전 세계 자료를 수집, 교육 정책의 수립·개선을 도모하기 위한 국제조사로 2008년 1차 조사를 시작으로 5년마다 시행하고 있다.
한국 중학교 교사 2931명이 참여한 2018년 TALIS 자료에 따르면 ‘교사 선택을 후회한다’는 응답은 OECD 국가 중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순위가 높은 수록 직업 만족도가 낮다는 점을 의미한다. ‘교사가 될 수 있다면, 다시 교사를한다’는 질문에 대한 동의에서도 한국은 47개 국가 가운데 하위권인 36위를 나타냈다. ‘교사 업무가 정신 건강에 부정적이라고 느낀다’는 답변도 3위를 기록했다. 반면 ‘가르치는 일이 이 사회에서 가치있다’는 소명의식은 한국 교사들이 전체의 3위를 차지했다. 평균 임금 수준도 10위로 상위를 기록했다. 한국 교사들이 교직에 대한 기대와 현실의 극명한 차이를 상대적으로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업무 스트레스 원인에 대한 질문에는 ‘학생으로부터 위협 또는 언어 폭력’이 5위를 나타냈다. ‘학부모 또는 보호자 민원 대응’이 7위를 기록, 다른 국가에 비해 심각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다만 교실질서 유지(14위), 과도한 행정 업무(18위), 상급 기관의 요구 조건 대응(20위), 과도한 수업 시간(22위) 등은 상대적으로 순위가 낮았다.
교사 직업 인식 국제비교 보고서를 작성한 지상훈 노동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수업의 질은 높이고, 경력 교사의 조기 퇴직에 따른 교육 공백을 막으려면, 과도한 행정 업무를 개선해야 한다”며 “동시에 수업 외적인 요인이 만든 업무 스트레스에 대한 예방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교사 진료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작년 교사의 우울증 진료 건수는 15만8066건으로 2018년 보다 1.8배나 늘었다. 같은 기간 불안장애 진료 건수도 1.6배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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