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 중앙아시아 5개국(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이 탈탄소 등 에너지 분야를 다루는 장관급 대화 틀을 신설한다. 최근 중국과 미국이 전략적 요충지이자 자원 부국(富國)인 이들 5개국과 잇따라 첫 정상회담에 나서며 결속을 강화하는 가운데 일본 역시 선진 기술을 앞세워 역내 영향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2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과 중앙아시아 5개국은 26일 당사국 간 ‘경제·에너지 대화’를 처음으로 개최한다. 일본은 중앙아시아 각국과 온실가스 공동 감축 사업(JCM)을 체결해 공동성명에 관련 내용을 담는 방향으로 최종 조율하고 있다. 일본은 탈탄소 기술을 제공하고 중앙아시아는 달성한 감축 실적을 일본과 함께 나눠갖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당사국들은 함께 넷제로(탄소 중립) 대응 속도를 높일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일본은 에너지 기업의 기술과 금융기관의 대출을 통해 중앙아시아 각국이 탈탄소 사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소를 신설하고 기존 화력발전소의 운영을 효율화하는 설비를 도입한다. 이밖에 수소·암모니아를 활용한 에너지 개발에도 협력한다. 이를 통해 일본 기업들의 중앙아시아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미우리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서 철수한 기업들이 성장 가능성이 큰 중앙아시아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일본은 에너지 협의 틀을 통해 대표적인 자원 부국인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관계를 강화하고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요충지인 중앙아시아는 원유·천연가스뿐 아니라 구리 등 핵심 광물의 매장량이 풍부하다. 유라시아의 경제권을 육해로를 통해 하나로 묶는 ‘일대일로’ 구상을 추진하는 중국은 5월 중앙아시아 5개국과 첫 정상회의를 갖고 양국 간 대화를 정례화했다. 이에 미국 역시 19일 이들 5개국과 첫 정상회담에 나서 광물 협의체 구성을 제안하는 등 공을 들이고 있다. 요미우리는 “일본은 뛰어난 기술을 통해 역내 강한 영향력을 지닌 중국·러시아와의 차별화를 도모하고 국가 차원의 결속을 다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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