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공무원들과 소통하겠다며 부대마다 임명한 각 군 본부급 군무원 대표자 자리에 대부분 전직 장교 출신들이 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군무원 노동조합 격인 직장협의회(직협) 구성 움직임에 대한 자구책으로 국방부가 군무원 대표 임명에 나섰으나 ‘보여주기식’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2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육군본부와 공군본부·해병대 사령부 군무원 대표에 각각 예비역 대위, 예비역 소령이 선임돼 근무 중이다. 군무원 급수로는 육군이 3급, 공군본부와 해병대 사령부는 각각 4급 군무원이 대표자에 선임됐다. 군무원 대표에 전직 장교가 임명되지 않은 곳은 해군본부 뿐으로 예비역 병장이자 공채 출신 3급 군무원 인사과장이 선임됐다.
군은 지난 6월30일 국방부의 군무원 의사소통 활성화 지시에 따라 올해 3분기부터 군무원 대표를 선발해 운영하고 있다.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31조(집단행위의 금지)에서 군무원의 노동단체 결성이 금지하고 있는 것에 따라 직협 구성이 불가한 군무원들의 불만에 대한 조치다. 2023년 6월 기준 4만406명인 군무원은 군 부대에서 군인과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의 규정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본부 급 부대의 군무원 대표자로 임명될 수 있는 고위직 군무원 출신 비율 자체가 지나치게 전직 고위 군인 위주로 편성돼있다는 점이다.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실이 각 군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육·해·공 2급 군무원(국직 군무원 제외) 25명 가운데 육군은 83,3%, 해군과 공군은 100%가 전직 영관 장교 출신 군무원이었다. 3급의 경우 전체 135명 중 절반에 가까운 66명이 전직 영관장교 출신으로 채워졌다. 공군의 경우 3급 군무원 49명 중 42명이 전직 영관장교 출신으로 가장 편중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4급 군무원이 대표를 맡은 해병대는 4급 전체 인원 11명 중 7명이 전직 영관장교였으며 공군은 125명 중 25명이었다.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선발되는 군무원 대표가 제대로 된 의견 수렴과 소통을 이뤄내기 어렵다는 지적이 정치권 등에서 제기되고 있는 이유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군무원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각 직급, 직렬 등을 고루 안배하면서 간담회 등을 통해 대표단 구성을 해야한다”며 “군에서 복무하다 전역한 군무원들만을 위한 의견 수렴이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군무원 대표들이)전체 군무원을 대표 하지도 못하고 있는데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은 알겠으나 이런 방식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무원은 “고위직 군무원들을 보면 군인 출신들이 낙하산 타고 내려오는데 공채 출신들은 잘 가봐야 6급이다"면서 “위로 올라가기는 힘들고 대표자들도 전직 군인 출신들이 많은데 공채로 들어온 친구들이 어디 가서 고충 등을 이야기할 곳이 있겠냐"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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