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중추절(추석) 대목을 앞둔 월병 시장이 규제 강화 영향으로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포장과 가격을 규제하면서 마진율 60%에 달하는 제품 판매가 줄자 관련 기업들의 고심은 커지는 상황이다. 건강을 생각하는 문화가 확산돼 사업 방향을 고심하는 업체들도 늘고 있지만 일부에선 여전히 가격을 속이는 등의 방법으로 고가 월병 세트를 판매하는 곳도 적지 않아 대조를 이뤘다.
25일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추석을 앞두고 베이징, 상하이, 지난 등의 슈퍼마켓과 선물가게 등에서 예년에 수천위안에 달했던 고가의 월병이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고가의 월병 브랜드 제품 가격도 박스당 499위안으로 책정됐고,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도 월병을 검색하면 최고가가 499위안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6월 500위안이 넘는 고가 월병의 판매를 제한하는 방침을 내놨다. 수천위안을 넘는 선물세트가 사실상 뇌물 역할을 한다는 비판이 컸기 때문이다.
올해 추석은 새로운 월병 포장 규정 시행 후 처음 맞는 추석이기도 하다. 지난 1일 국가시장감독총국은 ‘식품·화장품의 과도한 포장 제한 요구사항’을 개정, 공포하고 공식 시행했다. 월병 포장 겹수는 3단을 초과할 수 없으며, 월병을 다른 제품과 혼합하지 않도록 했다. 이 같은 규제로 화려한 포장으로 고가로 만들어진 제품이 많이 사라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일부 업체는 여전히 상어지느러미, 새둥지, 인삼, 동충하초, 차, 술, 외국산 포도주, 보석류, 실크 스카프 등 고가의 상품, 심지어는 사치품까지 월병에 담아 비싼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다. 이들 제품은 수천위안, 심지어 수만위안에 달하는 제품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체들은 규정을 넘는 가격을 표기하지 않거나 온라인 매장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며 단속을 피하고 있다. 하겐다즈는 추석 선물세트에 698형, 999형 등으로 표시한 제품을 내놨다. 불가리호텔은 888위안, 988위안 월병 제품을 출시했다가 진열대에서는 치운 뒤 온라인으로만 팔고 있다.
포장 규제는 많은 기업들이 동참하는 분위기이다. 대나무 펄프와 사탕수수를 이용한 포장 디자인을 채택한 업체는 환경 오염을 피하기 위해 분해 가능한 제품을 사용했고, 월병 선물 박스의 포장 부피도 42% 줄었다고 설명했다.
추석이 다가왔지만 월병 판매는 예년에 비해 신통치 않은 상황이다. 박스당 498위안짜리 제품을 300위안, 200위안으로 할인 판매하는 곳도 생겨났고, 1+1 할인 행사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전통 월병에 대한 수요가 식은 것은 건강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일반적인 월병은 기름과 설탕 함량이 높아 열량이 100g당 400kcal이며, 여기에는 지방도 15~20g, 탄수화물이 50g 이상 들어있어 281kcal는 밥 한그릇을 먹는 것과 같다. 시대가 변해 중추절 밤에 월병을 나눠먹는 정도로만 월병을 찾고 젊은층은 점점 더 월병을 외면하는 분위기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기업들도 월병을 대체할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상하이에서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란란은 “단골 고객들 덕분에 올해 300박스 이상의 월병 선물 상자를 주문했지만 순수 월병의 비율은 줄었다”며 “일부 회사에선 월병 대신 서양식 페스트리를 주문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들도 추석 선물로 월병을 나눠주는 대신 상품권을 지급하기도 했다. 추석 선물로 건강보조식품 등의 매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달라진 시대상을 대변한다.
월병은 중추절을 앞둔 1~2개월동안 집중적으로 생산, 판매되지만 기업들에게는 효자상품이었다. 업계에 따르면 월병의 이익률은 50~60%, 최대 70%에 달한다. 제품 원가에 따라 조금 더 낮아지기도 하지만 많은 기업이 8월과 9월에 1년 수익을 거두기도 한다.
높은 수익성에 따라 레스토랑, 식품업체 등은 월병 판매를 사업에 추가해 수익성을 높이기도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오히려 기존 월병 제조업체들이 냉동식품 판매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며 월병 판매 감소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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