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박시설이지만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생활형숙박시설(생숙)에 대한 이행강제금 처분이 1년 2개월 더 유예된다. 당초 다음달 15일부터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예정이었는데 시장 혼선을 우려해 내년까지 유예기간이 연장된다. 다만 정부는 생숙을 준주택으로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현재 숙박업 미신고 생숙이 약 4만9000가구 규모인데 내년 말까지 숙박업에 등록하지 않고 주거용으로 계속 사용하면 2025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2024년 말까지 생숙에 숙박업 신고 계도 기간을 부여하고, 이행강제금 처분을 유예하겠다고 25일 밝혔다. 대신 생숙을 주거용 오피스텔로 용도 변경하는 특례는 추가 연장없이 오는 10월 14일 종료한다. 다음 달 14일까지 오피스텔로 전환을 마치지 못했다면 숙박 용도로 써야하고 이를 어길 경우 내후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부과한다는 뜻이다.
생숙은 호텔과 모텔과 달리 취사도 가능한 숙박 시설로 ‘레지던스’라고도 불린다. 생숙은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 적용을 받기 때문에 주택 관련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전매제한 규제 등도 없어 부동산 급등기인 2017년부터 급격히 수요가 증가했다. 실제로 생숙 사용승인은 2014년 2355가구에서 2021년 1만8799가구로 7년만에 8배 가량 증가했다. 수요가 몰리자 정부는 2021년 건축법 시행령을 개정해 생숙을 숙박업으로 신고하도록 하고, 주거용으로 사용하려면 오피스텔로 용도 전환하도록 2년간 특례기간을 뒀다. 이를 어기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차장 등 오피스텔 건축 기준이 생숙보다 높은 탓에 실제 용도 변경을 한 가구(약 1996가구)가 많지 않았고 상당수 수분양자들은 ‘주거용’으로 알고 분양을 받은 만큼 준주택으로 인정해 달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국토부는 숙박업 신고에 시간이 걸리는 점, 실거주 임차인의 잔여 임대기간 등을 고려해 유예기간을 뒀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생숙이 주거용으로 사용될 수 없고 준주택으로 인정될 수 없는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준주택으로 인정되고 있는 오피스텔은 공동주택 수준의 건축기준을 적용받고 세제도 주택과 유사한데 생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이정희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용도변경 특례를 2년간 주다 보니 (소유자들을 중심으로) 주택으로 변경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가 컸다”며 “정부의 이번 발표는 생숙을 앞으로도 계속 숙박시설로 관리하겠다는 입장이며생숙 관련 제도 개선 방안도 검토할 것 ”이라고 밝혔다.
현재 전국의 생숙은 총 18만6000가구다. 문제가 되는 것은 정부가 생숙의 숙박업 신고 의무를 명시한 2021년 12월 이전에 사용 승인을 받은 9만6000가구다. 이 중 51%인 4만9000가구는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아 불법시설인 것으로 추정된다.1인이 1실을 소유한 경우는 1만9000가구, 1인이 2∼29실을 소유한 경우는 1만2000가구,1인이 30실 이상을 보유한 경우는 1만8000가구다. 이들 가구가 내년까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고 생숙을 계속 주거용으로 사용하면 내후년부터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이행강제금은 시세의 10%가 아닌 지방세법에 따른 건축물 시가표준액의 10%를 부과한다. 따라서 시장의 예상처럼 매년 수 천 만원의 금액을 무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생숙 수분양자들은 정부의 이번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생숙 소유자들의 모임인 전국레지던스연합회 측은 입장문을 내고 “각종 규제와 국토부의 소극 행정으로 99%의 생활숙박시설이 용도 변경을 완성하지 못했는데도 국토부가 행정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권익위를 통한 제도 개선 권고 및 법적 대응, 집단행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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