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서 중소형주와 산업재 섹터 종목들이 약세를 빚으면서 이를 경기침체의 신호로 봐야 할지를 두고 시장에서 논쟁이 일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4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이들 종목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침체기에 접어들면 하락세를 보이는 경기 민감주다. 하지만 투자자들 가운데는 현재 약세가 경기침체와는 거리가 멀다며 저가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뉴욕증시에서 중소형주가 주로 포진해 있는 러셀2000 지수는 지난 7월 말 종가 대비 약 7주 동안 11% 이상 하락했다. 같은 기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하락 폭의 두 배에 해당한다. S&P500 산업재 지수도 지난 달 1일 정점을 찍은 후 지난주까지 약 8%나 떨어진 상태다. 이 지수에 포함된 주요 항공사들이 유가의 급등으로 3분기 좋지 않은 실적으로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는 상태다.
이러한 중소형주와 산업주의 하락세는 일반적으로 경제가 침체기에 있을 때 발생한다. 1972년 이후 미국서 나타났던 7번의 경기침체를 기반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경기침체가 시작된 후 6개월 동안 S&P500 산업재 지수는 평균 3.7% 하락했다. 중소형주의 경우 사업모델이 대형주에 비해 국내경기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을 뿐 아니라 다양하지도 않아서 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주가 하락 폭도 커지곤 한다.
뉴욕증시에서 경기 침체를 경계하는 신호를 보내는 건 이들 지수만은 아니다. S&P500지수도 1년 만에 분기 기준으로 첫 하락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지난해 12월 이후 가장 빠른 속도로 글로벌 주식 펀드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통신은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의 하락세가 저가매수의 기회일 뿐이라고 본다”며 “경제성장률도 내년 중반까지 둔화하다가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블룸버그인텔리전스 예측 모델을 보면 주가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3분기 어닝 시즌 상장사들의 이익이 1.1%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적어도 내년에는 증가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도 몇 달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강력한 경제성장을 전망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정보업체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미국 담당 수석 전략가는 “증시가 경기침체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고 말했다. 연말 경기 흐름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하려면 몇 주 더 기다려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이 인프라 지출을 확대하고 미국 기업들이 북미지역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점도 호재가 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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