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예 회복을 꿈꾸는 한국 사격 대표팀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빛 과녁을 명중했다. 남자 10m 러닝타깃 단체전의 정유진(40·청주시청)과 하광철(33·부산시청), 곽용빈(29·충남체육회)이 그 주인공이다. 남자 러닝타깃의 국내 등록 선수는 정식 실업 선수 4명, 대학 선수 2명, 은퇴 선수 2명 등 8명뿐이다. 열악하기 짝이 없는 저변에서 피어난 기적의 금메달인 셈이다.
한국은 25일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에서 열린 대회에서 1668점을 기록해 5개 참가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 나온 한국 사격의 첫 금메달이다. 2위 북한(1668점)과 총점은 같았지만 이너텐(10점 정중앙) 횟수에서 희비가 엇갈렸다. 한국은 39차례(북한은 29차례)나 이너텐을 맞혔다.
러닝타깃은 사냥감처럼 옆으로 움직이는 표적을 맞히는 종목이다. 정유진이 565점으로 팀 내 최다 점수를 올렸고 곽용빈(554점)·하광철(549점) 순이었다. 개인 성적에서 공동 3위에 오른 정유진은 느구옌투안안(베트남)과의 슛오프에서 이겨 개인전 동메달까지 거머쥐었다.
이날 한국 사격에 첫 메달을 안긴 주인공은 고교 시절부터 ‘사격 신동’으로 불린 박하준(23·KT)이다. 앞서 열린 남자 10m 공기소총 개인전 결선에서 251.3점을 쏴 8명 중 2위로 은메달을 획득했다. 금메달은 253.3점을 기록하며 세계 신기록과 아시아 신기록, 아시안게임 신기록을 모두 갈아 치운 중국의 성리하오에게 돌아갔다. 동메달은 인도의 토마르 싱(228.8점)이 가져갔다.
사격 결선은 선수당 10발씩 쏘는 1라운드를 치른 뒤 2발씩 쏴서 최저점 선수가 떨어지는 2라운드가 진행된다. 1라운드에서 10발 합계 104.9점을 쏴 선두 성리하오(105.3점)에게 0.4점 뒤진 단독 2위로 2라운드를 시작한 박하준은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유지했다. 박하준은 앞서 열린 남자 10m 공기소총 단체전에서도 김상도(KT)·남태윤(보은군청)과 1890.1점을 합작해 인도(1893.7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박하준이 632.8점을 쏴 팀 내 최고 득점을 기록했고 한국 대표팀은 한국 신기록을 갈아 치웠다.
박하준은 인천체고 2학년에 재학 중이던 2017년 5월 열린 봉황기 전국사격대회 고등부 10m 공기소총 결선에서 250.9점의 한국 신기록을 세우며 혜성처럼 등장한 선수다.
남자 25m 속사권총 단체전에서는 송종호(IBK기업은행)와 김서준(경기도청)·이건혁(국군체육부대)이 중국에 이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이날 사격에서 금 1개, 은 3, 동메달 1개를 수집했다.
조원우(29·해운대구청)는 수상 종목에서 처음으로 금빛 물살을 갈랐다. 남자 윈드서핑 RS:X 11·12차 레이스에서 모두 1등을 차지했다. 13·14차 레이스가 남았지만 앞선 12번의 레이스에서 가장 적은 벌점(13점)을 기록한 조원우가 하루 일찍 우승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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