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9시 김포공항에서 하네다행 비행기를 탔다. 2시간 후 하네다공항에서 내려 기차를 타니 40분 정도 만에 도쿄 시내에 도착했다. 점심을 가볍게 먹고 파트너사 미팅을 했다. 저녁에는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가 해외에서 활동하는 창업가를 위해 주최하는 정기 커뮤니티 행사 ‘모크토크’에 참석했다. 모임이 끝난 후 지하철을 이용, 다시 하네다공항을 거쳐 새벽 2시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에 도착하니 4시 반이었다. 늦은 시간에는 김포공항 착륙이 안 되니 아쉽지만. 인천공항에서도 급행을 타면 50분 정도면 서울역에 도착한다. 오전 6시를 조금 지난 시각 만 하루의 출장이 끝난다. 도쿄는 이렇게 당일 출장이 가능할 만큼 가깝고 교통도 편리하다.
거리만 가까운 게 아니다. 일본의 1인당 개인의 금융 자산은 한국의 3배이고 일본의 인구는 1억 2700만 명으로 한국의 2.5배다. 사업하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시장 규모가 대략 7.5배쯤 되는 셈이다. 법과 규제에 따라 예측할 수 있는 선진화된 시장이라는 점도 장점이다. 게다가 일본 고객들은 서비스에 돈을 내는 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고객은 무료 이용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데 반해 일본 고객은 오히려 무료로 서비스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지난해부터 일본 정부·지방자치단체 할 것 없이 ‘디지털 전환’에 열심이다. 디지털 전환에 도움이 되는 해외 기업과 스타트업에도 개방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여러 한국 스타트업들도 일본 시장에 진출했거나 진출을 준비 중이다. ‘캐플릭스’는 해외 렌터카 실시간 예약 서비스 ‘제주패스’로 오키나와에 진출해 환영받고 있다. ‘인베트’는 물류센터 내 포장 과정을 자동으로 촬영하고 클레임 관리와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게 하는 서비스 ‘리얼패킹’으로 일본 시장을 공략 중이다. ‘안드로메다’는 가상현실과 예약·주문·결제가 모두 지원되는 식당 관리 서비스 ‘야무야무’로 1000개 이상의 도쿄 식당 및 푸드트럭과 계약을 맺으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물론 일본 시장으로의 진입은 쉽지 않다. 일본에서 사업을 하려면 신뢰할 만한 사람의 소개가 매우 중요하다. 한국 창업가들이 이런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 위에서 언급했던 ‘모크토크’ 프로그램이다. 모크토크 프로그램에서는 일본 투자자와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인, 그리고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관계자분들을 초대해 저녁을 함께하면서 친교를 나누고 신뢰를 쌓을 기회를 제공한다.
아날로그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 사업가들과 이미 ‘디지털 전환’을 경험한 한국 스타트업이 협력한다면 서로 ‘윈윈’하는 큰 기회가 될 것이다. 더 많은 한국 스타트업이 일본의 디지털 전환에 기여하며 퀀텀 점프의 기회를 만들 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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