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 수준의 노인 빈곤 문제를 해소하려면 기초연금의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국책 연구 기관의 권고가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5일 고령층 가운데 ‘저(低)소득·저자산’ 계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27.7%에 달하고 있으므로 이들에게 정책 지원을 더 집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KDI는 고령층의 소득 격차와 재정 부담 등을 이유로 재산을 고려한 소득 인정액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저소득층의 지원을 늘리는 방안이 적절하다고 제안했다.
현재 65세 이상 노인 하위 70%에게 지급하고 있는 기초연금 수급자는 내년에 700만 명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 중앙정부의 기초연금 예산은 20조 2000억 원으로 2014년의 4배 수준에 달하고 있다. 1인당 지급액도 2008년 첫 도입 때는 월 10만 원에 머물렀으나 대선 때마다 인상 공약이 쏟아져 내년에는 월 최대 33만 4000원으로 오른다. 국민연금연구원은 2050년에는 기초연금 재정 소요액이 125조 4000억 원에 달해 재정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보고 있다. KDI의 지적대로 소득 수준이 천차만별인데도 하위 70%에게 일괄 지급하는 것은 효과도 의심스럽고 비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다. 올해의 경우 1인 가구 월 소득 202만 원 미만까지 지원 대상에 올라 궁핍하지 않은 이들도 기초연금을 받게 됐다. 기초연금이 중산층·부유층에는 용돈 수준인 데 반해 저소득층에게는 최소한의 생활비도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런데도 정치권은 기초연금 월 지급액을 40만 원으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포퓰리즘 법안을 쏟아내고 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기초연금의 대상을 2026년까지 모든 고령층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까지 발의했다. 국민연금을 수령하면 기초연금의 최대 50%를 줄이는 기초연금 감액제도를 폐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국민의힘은 기초연금 월 40만 원 인상 공약을 고집하고 있다. 여야는 KDI의 권고를 긍정적으로 검토해 재원 대책이 없는 퍼주기 입법을 멈춰야 한다. 기초연금제도를 수술해 지급 대상은 줄이고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은 두텁게 선별 지원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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