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6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내년도 건보료율을 확정한다. 지난달 건정심에서 위원 간 견해차가 커 결정이 미뤄진 지 한 달 만이다. 건보료율 결정 시기가 8월을 넘어간 것은 2012년 이후 11년 만이었다. 다만 건보료율 상승폭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건보당국이 올해 2조원의 건보재정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민심의 향방을 가르는 총선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6개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민심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는 추석을 바로 앞두고 건보료가 결정되는 것도 당국에는 부담이다.
26일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복지부는 이날 오후2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이하 건정심)를
열고 내년도 건보료율을 확정한다. 내년 인상 폭은 동결되거나 0%대 수준의 소폭 인상이라는 두 가지 안 중에 결정될 것이라는 게 유력하다.
앞서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국민 부담 등을 감안해 2024년 건보료율 인상을 최소화하겠다고 공언한 데다 올해 건보재정이 1조9846억원의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건보당국은 누적 적립금도 25조8547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급 준비금으로도 불리는 누적 적립금은 부족한 보험급여 비용을 충당하거나 단기 유동성 악화로 지출할 현금이 모자랄 때 사용하기 위한 것이다.
올해 건보재정이 흑자이면 3년 연속으로 흑자행진을 이어가는 것이다.
2022년도 건보 수입은 88조7773억원, 지출은 85조1482억원으로, 3조6291억원의 당기수지 흑자였다.
건강보험 당국이 올해부터 다빈도 고가 진료에 대한 급여 보장성을 줄여나가기로 하면서 건강보험 곳간이 더 넉넉해질 수 있는 가능성도 생겼다. 예를 들어 2018년부터 건강보험 적용 후 진료비가 10배 폭증한 자기공명영상(MRI)에 대해서는 내달부터 단순 두통, 어지럼증으로 촬영한 경우엔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다만 건보료 인상 폭을 최대한 줄이더라도 적어도 1%에 가까운 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위원회 내 위원들 사이에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보험료율이 1% 인상되면 1년 추가 수익금이 7377억원 발생한다.
앞서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여러 지표를 살펴봤을 때 내년도 보험요율은 적어도 1% 인상 해야 한다”며 “만일 동결이 되면 건보재정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내년도 건보료율 결정이 한 달 넘게 미뤄지면서 추석 연휴 직전에 발표하게 된 만큼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점도 건보료 결정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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