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역에서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대북전단 금지법’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관련 개정안이 시행된 지 2년 9개월 여 만이다.
헌재는 26일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 등이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법률안에 대해 낸 헌법소원심판을 재판관 7대 2 의견으로 위헌 결정했다.
재판관들은 “심판대상조항은 표현의 내용을 제한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며 “국가가 이러한 표현 내용을 규제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중대한 공익의 실현을 위해 불가피한 경우에 한해 허용되고, 특히 정치적 표현의 내용 중에서도 특정한 견해, 이념, 관점에 기초한 제한은 과잉금지원칙 준수 여부를 심사할 때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재판관들은 이어 “심판대상조항은 전단 등 살포를 금지하면서 미수범도 처벌하고, 징역형까지 두고 있는데, 이는 국가형벌권의 과도한 행사”라며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이 확보되고, 평화통일의 분위기가 조성될지는 단언하기 어려운 반면 심판대상조항이 초래하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매우 중대하므로 법익의 균형성도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정부와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12명은 대북전단 살포금지를 담은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발의해 본회의에서 의결해 2020년 12월 공포·시행됐다. 북한이 2020년 6월 담화를 통해 한국 내 탈북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비난한 지 6개월 만이었다. 남북관계발전법은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 물품,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승인받지 않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시키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위반 시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이에 한변 등 북한인권단체 27곳과 박상학 자유북한운동연합 대표는 해당 법안이 표현의 자유와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지나치게 제한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번 결정에 따라 접경지역에서 대북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에 대한 일반적 제한은 철폐됐다”며 “다만 전단 등 살포 현장에서는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등에 따라 접경지역 주민의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