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열등감이나 불안감, 불평등에 의한 적대감 등 사회적 병폐도 나타나고 있어요. 불교가 이를 순화시키고 안심시키는 해결 역할을 해야 합니다. 전국 사찰에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동시에 도심에 명상 센터를 설립해 ‘K명상’을 보급할 계획입니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진우 스님은 총무원장 취임 1주년을 이틀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 불교문화역사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젊은이들이 명상을 통해 마음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명상연구소와 명상 관련 부대시설을 함께 꾸리는 명실상부한 ‘K명상 본부’를 구상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진우 스님은 “K컬처처럼 K명상 세계화를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안이 내년 상반기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진우 스님은 2030 청년들과 대화와 고민을 나누는 ‘청춘 콘서트’를 종종 개최하고 있는데 이때도 명상을 강조한다. 그는 “꼭 불자가 아니어도 마음의 안정을 가질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진우 스님은 취임 이후 1년간 ‘경주 마애불상 일으키기 사업 착수’ ‘사찰 문화재 관람료의 국고 지원 예산 확보’ ‘상월결사 인도 순례 및 한·인도 수교 50주년 기념 문화 교류’ ‘종단 직영 승려 전문 요양병원 개원’ ‘도난 문화재 환지본처’ 등의 사업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정치권에 대립과 혼란이 이어지는 것에 관해 종교 지도자로서 해야 할 역할을 하려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치가들에게 법어를 내리거나 꾸짖는 장면을 본 적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찾아오는 정치인이 많다”면서 “보도가 잘 안 되지만 굉장히 꾸짖는 경우가 많고 서로 화합시키려는 시도도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첨예한 진영 논리 속에서 (공개적으로) 일갈하면 양비론으로 번질 확률이 높고 각자가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해서 또 다른 정치적 논리가 발생할 소지도 있다. 그런 면에서는 굉장히 조심스러운 측면이 있다”고 공개 발언이 어려운 이유를 부연했다.
진우 스님은 ‘5㎝의 기적’으로 불리는 넘어진 경주 마애불에 대해 지하에 통로를 만들어 관람객이 아래에서 쳐다보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넘어져 있는 마애불에 관해 “일단은 세우는 게 목적”이라면서도 “문화재 위원들이 세우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그때 제2안으로 (지하 통로 관람 방식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토지소유권, 문화재 관리 권한, 각종 허가·예산·시뮬레이션 등 여러 제약과 행정 절차 등의 단계가 있기 때문에 기대만큼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내후년 정도에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조계종 조직에 대해서는 1994년 종단 개혁 이후 이어진 조직 구조를 개편하기 위해 이르면 내년 3월에 조계종의 헌법에 해당하는 종헌과 종법 등을 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집행부는 총무원·교육원·포교원의 3원 구조로 돼 있는데 이를 변경하는 구상을 고려 중이라고 진우 스님은 덧붙였다.
1961년 강원 강릉 출생인 진우 스님은 1972년 강릉 보현사로 출가했다. 1978년 백운 스님을 은사로 수계했으며 오대산 상원사 청량선원, 담양 용흥사 몽성선원(개원) 등에서 수선안거했다. 이후 전남 장성 백양사 주지,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호법부장과 불교신문사 사장, 조계종 교육원장을 거쳐 지난해 9월 37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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