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박근혜 전 대통령이 외부 접촉을 늘리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 지역 주민들을 차례로 만난 데 이어 언론과 공식 인터뷰를 하고 탄핵 사태에 대해 사과했다. 외부 활동에 소극적인 박 전 대통령의 변심을 두고 측근의 총선 출마를 지원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말이 나오지만 박 전 대통령과 여권은 이런 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26일 공개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17년 탄핵 사태, 대통령 시절의 공과, 옥중 생활 등에 대한 심경을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주변을 잘 살피지 못해서 맡겨주신 직분을 끝까지 해내지 못하고 많은 실망과 걱정을 드렸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진심으로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사죄했다.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의 비위에 대해 알지 못했다면서도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밝혔다. ‘박근혜 정부는 실패했다’는 세간의 평가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체결 등의 성과를 언급하며 “도대체 어떤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국정 농단 특검 팀장인 윤석열 대통령이 정권 교체를 이룬 것과 관련해서는 “보수 정권으로 교체된 것에 안도했다”고 말했다.
2021년 말 특별사면된 박 전 대통령은 최근까지 칩거 생활을 이어왔다. 그러다 올해 4월 대구 동화사 방문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했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와의 회동,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 방문 등 이달 들어 부쩍 외부 활동을 늘리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화를 두고 내년 총선에서 측근을 지원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친박계인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출마설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남은 유일한 참모인 유영하 변호사는 대구 출마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했다. 최근에는 윤 대통령과 박 전 대통령의 회동 가능성도 공식 제기됐다. 한 여당 관계자는 “달성군은 유 변호사의 출마설이 나오는 지역”이라며 “현역 달성군 의원이 막강한 추경호 경제부총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유 변호사는 궁극적으로 비례대표를 노릴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여권은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국민의힘의 한 재선 의원은 국민에게 탄핵 트라우마가 여전하다면서 “정치적으로 의미를 둘 행보가 아니다. 명절 인사 차원”이라고 말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도 “총선용이라기보다 추석을 앞두고 자신의 명예 회복을 호소하고 여권의 분열은 안 된다는 메시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도 “정치적으로 친박은 없다. 총선에 별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수감 시절 자신을 멀리한 친박계를 향해 섭섭함을 토로하면서 “(총선 출마가) 제 명예 회복을 위한 것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과거 인연은 과거 인연으로 지나갔으면 좋겠다”며 거리를 뒀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 같은 발언과 관련해 “내년 선거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 혼란이 생기지 않도록 정리된 말씀을 주셨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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