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현동 개발 특혜 및 대북 송금 혐의를 받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구속 위기에서 벗어났다. 유창훈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27일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 필요성 정도와 증거인멸 염려의 정도 등을 종합하면 피의자에 대해 불구속 수사의 원칙을 배제할 정도로 구속의 사유와 필연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다만 유 부장판사는 이 대표의 혐의 중 위증교사 등 일부는 소명되거나 상당한 의심이 된다고 적시했다. 국회가 사상 최초로 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을 가결했는데도 법원이 구속 영장을 기각한 것은 의외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단 이 대표 부재의 위기를 넘겼지만 ‘방탄’을 둘러싼 계파 갈등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기각됐다고 혐의들이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 대표가 연루된 10여 가지의 불법 비리 의혹은 앞으로 수사와 재판을 통해 진실을 철저히 규명해야 할 것이다.
168석의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그동안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덮기 위한 ‘방탄 정국’에서 무리수를 총동원해 많은 상처를 남겼다. 민주당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후 비명계 의원들을 상대로 색출 작업에 나섰다. 특히 이 대표의 영장 심사를 앞두고 민주당 국회의원 161명의 ‘영장 기각 호소 탄원서’ 참여를 강제해 6명의 불참 의원들을 낙인찍었다. 원내대표 선거 하루 전에는 ‘이 대표를 끝까지 지키겠다’는 내용을 선언해달라는 정청래 최고위원의 요구도 나왔다. 결국 “당 대표를 중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해나가겠다”고 선언한 홍익표 의원이 새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비명계 김종민 의원은 친명계의 ‘이탈자 색출’ 움직임에 대해 “독재로 가는 길”이라고 개탄했다.
민주당은 법원을 정치적으로 압박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탄원서에서는 “이 대표가 구속되면 국정 운영과 국정 시스템에 중대한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의 행정 기능 마비 가능성도 거론했다. 이 대표의 ‘옥중 공천·결재’ 등 상식 밖의 주장으로 법원에 큰 부담을 안겼다. 지난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건전한 견제와 대안 제시라는 제1야당 본연의 기능을 내팽개치고 ‘방탄’과 국정 발목 잡기, 입법 폭주에 몰두해왔다. 특히 민주당이 최근 ‘배신자’ 색출, 법원 압박 등에 나선 것은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등에 위배된다. 이제는 거대 야당이 ‘방탄 정국’을 끝내고 전면적 혁신을 통해 의회민주주의와 당내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경제 살리기에 주력해야 한다. 그래야 내년 총선에서 역풍을 피하고 지속 가능한 정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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