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2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데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대표 측의 판정승’이라고 평가한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 의혹이 토착비리, 정경유착이라며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으나 실상 이 대표 신병 확보에는 실패했기 때문이다. 법원은 이 대표가 현직 야당 대표로 감시·비판의 대상인데다, 다른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 더해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검찰의 구속 수사 시동에 제동을 걸었다. 그나마 법원이 ‘위증교사 혐의는 소명됐다’거나 ‘피의자 주변 인물의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한 점은 향후 재판을 준비하는 검찰에 있어 위안거리다.
이 대표 구속 여부를 사이에 둔 26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에서 양측은 첨예하게 충돌했다. 검찰은 26일 열린 영장심사에서 이 대표에 대한 구속 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 혐의에 위증교사죄가 포함된 데다 과거 성남시장·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공무원들에게 진술 회유 시도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근거로 꼽았다. 특히 이 대표 측이 지난 7월 수감 중인 이화영 전 경기도 부지사를 접견해, ‘이 대표에 불리한 진술을 번복해 달라’고 요구한 당시 녹음파일까지 재판부에 제시하는 등 증거 인멸 우려를 부각시켰으나 결국, 이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 이 대표 측은 법원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했다. 이 대표 측은 영장심사에서 ‘이 대표가 오랜 단식으로 건강이 쇠약하고, 현직 제2야당 대표이자 유력 정치인으로 도주의 우려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대표도 여러 차례 직접 발언권을 얻어 검찰 주장을 반박했다.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혐의에 대해 궁금증을 표하면, 이 대표의 변호인이 답하고, 때때로 이 대표가 직접 보충 설명에 나섰다는 게 법정 내부의 전언이다. 이 대표 측 박균택 변호사는 이날 영장심사 종료 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가) 재판장 질문에 대해 간단하게 답하는 정도로 했다. 말을 그렇게 많이 한 편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대표가 최후 진술에서 “한 푼의 이익도 취하지 않았다” “성남시장이 된 이후 대장동 개발 과정에서 공적 개발을 추진한 이후 세상의 공적이 돼 버린 것 같다”고 밝힌 내용도 전했다.
다만 법원이 이 대표를 둘러싼 위증 교사 혐의에 대해서는 소명이 됐다고 판단한 점은 검찰에 있어 유리한 지점이다. 특히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 관련, ‘공사의 사업 참여 배제 부분은 피의자(이 대표)의 지위, 관련 결재 문건, 관련자 진술 등을 종합할 때 피의자의 관여가 있었다고 볼 만한 상당한 의심이 든다’고 봤다. 하지만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에서 피의자 방어권이 배척될 정도에 이른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쌍방울그룹 대북송금의혹에서도 핵심 관련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진술 등을 봤을 때 공모 여부, 관여 정도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입장을 선회한 이 전 부지사 진술에 대해서는 이 대표 주변 인물들의 부적절한 개입을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단정할 만한 자료는 부족하다고 봤다. 일부 혐의가 소명되거나 의심할 만한 정황은 있지만, 이 역시 피의자에 대한 방어권 보장보다 우선시 될 수 없다고 결론내렸다. 불구속 수사 원칙을 배제할 정도의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향후 있을 백현동 개발특혜·쌍방울그룹 불법대북송금 의혹 재판에서 이 대표와 검찰 측 사이 지리한 법리 다툼이 예견되고 있는 이유다. 이날 영장심사는 9시간 20분만인 오후 7시 24분께 마무리됐다. 이는 1997년 영장심사 제도 도입 이래 두 번째로 긴 시간이다. 역대 최장 기록은 지난해 12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으로 영장심사에 10시간 6분이 소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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