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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로 여는 수요일] 추석 무렵

김남주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뜨기 시작하는 초저녁

나는 자식 놈을 데불고 고향의 들길을 걷고 있었다.

아빠 아빠 우리는 고추로 쉬하는데 여자들은 엉덩이로 하지?

이제 갓 네 살 먹은 아이가 하는 말을 어이없이 듣고 나서

나는 야릇한 예감이 들어 주위를 한번 쓰윽 훑어보았다. 저만큼 고추밭에서

아낙 셋이 하얗게 엉덩이를 까놓고 천연스럽게 뒤를 보고 있었다.



무슨 생각이 들어서 그랬는지

산마루에 걸린 초승달이 입이 귀밑까지 째지도록 웃고 있었다.





반짝반짝 하늘이 눈을 뜰 때, 반짝반짝 샛별 같은 눈망울 데리고 산책을 나오셨군요. 당신이 하늘에 뜬 수척한 초승달 올려다볼 때, 어린 눈은 낮은 땅의 달덩이들을 찾아내고 말았군요. 쉬! 혼자 보고 입술 가릴 일을 천진한 입이 알려주고야 말았군요. 하늘과 사람과 땅이 별 수 없이 통하는 이치를 눈치 챘겠군요. 설마 초승달이 웃었을까요. 한가위 달이야 훨씬 더 밝고말고요.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시인 반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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