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박한 손 사이로 노랑, 주황, 빨강 등 알록달록한 색들의 장난감들이 해체된다. 이곳은 못 쓰게 된 장난감을 수리하거나 재생소재화해 플라스틱 장난감의 환경 문제를 푸는 사회적 기업 ‘코끼리공장’이다. 고장 난 장난감을 고쳐 소외계층 아동에게 전달하기도 하고, 공정을 거쳐 레고나 치약짜개, 열쇠고리, 의류 등 다양한 제품으로 재생산하기도 한다. 취약계층 아동과 장난감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에 집중하던 코끼리공장은 2021년부터 시니어를 채용으로 일자리 문제 해결에도 나서 2023년 상반기에는 ‘고령자친화기업’에도 선정됐다.
현재 울산 본점과 코끼리공장의 브랜드인 자원순환센터 ‘우리동네ESG센터 1·2호점’에서는 총 85명의 시니어가 근무 중이다. 제일 최고령자는 79세. 모건상(69) 씨도 코끼리공장에서 인생 2막을 찾은 시니어 중 한 명이다. 그는 교직에서 은퇴한 후 코끼리공장에서 지난해 10월부터 일했다. 처음에는 금속, 고무 등으로 빡빡하게 조립된 장난감을 해체하는 일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지금은 기틀이 잡혀, 초기 때보다는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있다. 모건상 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랑도 하고 좋은 사람들도 만나 일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퇴직 이후에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코끼리공장이 고령자 채용에 발 벗고 나선 것은 고령자에게서 장난감과 유사한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충분히 사회적 활동을 할 수 있는데도 활동처를 찾지 못하는 고령자에게서 활용이 가능한데도 버려지는 장난감의 모습이 비쳤다. 김종연 코끼리공장 대리는 너무 이른 나이에 퇴직한 후 사회와 단절되는 시니어의 안타까운 현실을 짚으며 “그들의 경험과 연륜이 사회 활동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며 시니어 채용 배경을 밝혔다.
코끼리공장은 느리지만 신중하고 성실한 시니어의 모습을 본떠 ‘거북이공장’이라는 새로운 브랜드도 만들었다. 시니어가 만든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일자리 창출과 일자리 사업을 위한 기금 조성에 기여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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