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한 돌을 전후해 혼자서 걸음마를 시작한다. 아이를 낳아서 1초도 눈길을 떼지 못하고 정성스럽게 키운 부모에게 아기가 혼자 걷는 첫걸음마는 건강하게 자란 모습을 보는 큰 보람이자 기쁨이다.
전기차는 탄소 중립을 견인하는 수송 부문의 핵심적인 기술이다. 오랜 역사를 가진 배터리 전기차의 경우 21세기에 이르러 기술이 급속히 발전했고 특히 지난 10여 년간은 기하급수적인 성능 개선과 원가 절감을 이루고 탄소 중립을 원하는 사회의 지원으로 급격하게 성장했다. 그러나 이렇게 잘나가던 배터리 전기차의 성장세가 요즈음 갑자기 주춤거리고 있다. 급격한 시장 성장만큼이나 원자재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원가가 올라간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고 국가마다 지원하던 보조금이 줄어든 이유도 있다. 전기차 확대 속도가 워낙 빠르다 보니 전기차 보조금 총액은 계속 늘고 있지만 차량당 보조금은 줄어들어 전기차 구매 동력이 떨어진다고 분석된다. 보통 배터리 충전에 시간이 많이 드는 데다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아 전기차 사용자들의 충전 스트레스가 커진 것도 이유다. 배터리 화재 역시 시장에 부정적인 심리로 작용한다. 전기차 보조금은 막 걸음마를 하려는 아이가 불안한 발걸음을 디딜 때 엄마나 아빠가 내밀어 잡아주는 손길과 같다.
과연 전기차는 언제쯤 보조금 없이 시장에서 홀로 설 수 있을까.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기차를 생산하며 큰 시장인 중국은 올해부터 보조금 지원을 중단했다. 미국도 몇 년 전부터 전기차 소유자의 소득과 차량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달리하는 제도를 채용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차량 가격에 따라 보조금을 달리하고 있다. 수소를 원료로 연료전지로 발전해 움직이는 수소연료전지 전기차도 최근 갑작스럽게 조정기를 겪고 있다. 대신 하이브리드 차량의 판매가 최근 많이 늘고 있다. 좋은 연비 때문에 시장에서 각광받고 이산화탄소 저감 성능이 좋은 하이브리드차가 저공해차의 대표 격 주종이 된 것이다.
전기차 판매 성장세가 주춤하자 판매 촉진을 위해 차량당 보조금을 늘릴 것이라는 소식도 들린다. 무릎으로 기는 아기가 언제 일어날지는 아이의 성장세와 체력으로 정해진다. 어른이 억지로 일으켜 세운다고 될 일도 아니고, 아이를 일으켜 세우고 잡아 끈다고 걸음마가 빨라지지도 않는다. 탄소 중립 시대를 이끌어야 할 전기차의 발전에 어려움을 줄 전망 또한 많다. 배터리나 연료전지 촉매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귀금속이나 희토류 자원이 부족해 장차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거나 공급망의 불안이 가격 상승과 변동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역별로 신재생에너지 자원이 편중돼 있어 우리나라를 포함한 북반구 선진국들은 탄소 중립 청정 전기 공급이 어렵고 비용이 높다는 점도 부정적이다.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은 혁신적인 돌파 기술의 개발이다. 저급한 재료를 사용하는 저렴하고 안전한 전고체 배터리 개발이나 풍부한 재료를 이용한 촉매 개발이 발전적인 해법일 수 있다. 나아가 전기차의 부담을 줄여주는 다양한 탈출 기술이 있다면 그 또한 제한 없이 개발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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