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탓에 실질임금이 다시 하락했다. 소비자들의 체감경기도 나빠진 상황이어서 저소득층의 생계 우려가 한층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자리가 불안하고 기업 규모와 고용 형태별로 임금 격차도 여전히 심한 상황이다.
27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8월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근로자 1명의 1~7월 월평균 실질임금은 355만 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하락했다. 매년 1~7월 기준으로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 작성 연도인 2011년 이후 처음이다.
실질임금이 악화된 것은 여전한 고물가 탓이다. 1~7월 명목임금이 2.2% 오른 394만 1000원이었지만 실질임금에 반영하는 소비자물가지수가 3.7%를 기록했다. 월별로 보면 7월에도 실질임금은 -1.1%로 5개월째 마이너스다.
지난해 6%대까지 치솟았던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2%대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실질임금 하락세가 이어지면서 근로자들의 임금 하락 체감도가 여전한 상황이다.
실질임금 하락은 고용 형태가 불안한 저임금 근로자에게 악영향이 더 크다. 상용근로자의 경우 월평균 임금은 7월에도 1.4% 오른 421만 3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주로 건설업 종사자인 임시 일용근로자의 월 임금은 174만 5000원으로 0.8% 감소했다. 6월에 이어 2개월 연속 마이너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 격차도 좁혀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7월 300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임금은 598만 3000원이다. 하지만 300인 미만 사업체의 근로자 임금은 355만 원에 그쳤다. 대기업 근로자가 100을 벌 때 중소기업 근로자가 50~60 밖에 벌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안정적으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 수도 줄었다. 고용계약 종료, 구조조정, 해고 등 면직자 추이를 나타내는 비자발적 이직은 8월 44만 6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증가했다. 임시 일용직 채용 규모는 54만 6000명으로 0.5% 감소했다.
우려되는 것은 하반기 경기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이 전일 발표한 소비자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99.7로 전월 대비 3.4포인트 하락해 4개월 만에 100 밑으로 떨어졌다.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100을 밑돌면 소비자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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