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반(反)보조금 조사 대상에 테슬라를 비롯해 중국에 생산 기지를 둔 자동차 기업 전반이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26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발디스 돔브로우스키스 EU 통상·경제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중국에서 EU로 수출하는 테슬라와 유럽 자동차 제조사들이 정밀 조사를 받을 예정”이라며 “엄밀히 말하면 (조사 대상은) 중국 브랜드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생산 관련 보조금 혜택을 받는 다른 (국적의) 제조사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BMW·르노 등 중국 현지에서 합작 회사를 운영 중인 유럽 기업들도 이번 조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분석된다.
테슬라의 경우 실제로 EU가 반보조금 조사 결정에 앞서 실시한 증거 수집에서 중국의 보조금 혜택을 누린 회사에 해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테슬라는 2020년부터 중국 상하이 공장에서 만든 ‘모델3’ 전기차를 수출하고 있다. 자동차조사기관 슈미트오토모티브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7월 중국에서 제조된 테슬라 자동차 9만 3700대가 서유럽에서 판매됐는데 이는 전체 인도 물량의 47%에 이른다. FT는 “유럽에서 판매되는 전체 전기차의 약 5분의 1이 중국산”이라고 전했다.
EU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을 받은 중국산 전기차가 시장을 심각한 불공정을 초래하고 있다며 반보조금 조사를 공식화했다. EU 집행위는 조사 착수 시점으로부터 9개월 후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중국산 전기차들이 부당한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판단되면 EU 역시 상응하는 잠정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집행위는 이후 4개월 내 잠정 관세를 확정 관세로 전환할 지를 결정한다.
중국은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 조사는 막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해온 중국 자동차 산업 자체를 겨냥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국 상무부는 “EU가 중국산 전기차를 대상으로 반보조금 조사에 나서는 것에 대해 (중국 상무부장인) 왕원타오가 심각한 우려와 강한 불만을 표명했다”며 “이는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칠 보호주의”라고 비난했다. 이에 유럽 자동차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 측이 보복에 나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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