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당국이 영유권 분쟁 지역인 남중국해 스카버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岩島) 주변에 중국이 설치했다는 '부유 장애물'을 철거하자, 중국 외교부는 이를 '도발 행위'로 규정하며 반발했다.
27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왕원빈 대변인이 전날 브리핑에서 '장애물을 성공적으로 철거했다'는 필리핀 해안경비대 발표를 두고 "필리핀 측의 성명은 완전히 혼자서 하는 이야기"라고 반박했다. 이어 왕 대변인은 이어 "황옌다오의 주권과 해양 권익을 지키겠다는 중국의 결심은 흔들림이 없다"며 "우리는 필리핀이 도발해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필리핀 해안경비대는 지난 22일 해양 순찰 도중 스카버러 암초 부근에서 중국이 설치한 부유식 장벽을 발견했다. 필리핀 해경이 지난 2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사진과 영상에는 중국 해경선 3척 등이 밧줄에 부표를 여럿 이은 약 300m 길이의 부유식 장벽을 설치하는 장면이 담겨 있다.
중국 외교부는 지난 25일 브리핑에서 해당 조치를 두고 "필리핀 어업·수산자원국의 공무선 한 척이 중국의 허락 없이 황옌다오 부근 해역에 무단 침입하고 황옌다오의 석호(潟湖·퇴적지형 등이 만의 입구를 막아 바다와 분리돼 생긴 호수)를 들이받으려 했다"며 자국 주권 영역에서 필리핀 선박을 몰아내기 위해 적법한 조치를 했다고 맞섰다.
반면 필리핀 당국은 중국의 이런 조치가 필리핀 어민의 조업을 방해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필리핀은 이 장애물을 없애겠다고 공언했고, 지난 25일 오후 철거 작업을 마쳤다.
필리핀의 철거 소식이 알려지자, 이날 중국 관영매체들은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에 미국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중국 영문매체 글로벌타임스는 분석가들을 인용하는 형식으로 "황옌다오를 둘러싼 상황은 최근 필리핀의 남중국해 도발을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에 지나지 않는다"며 "필리핀은 중국을 도발하기 위해 미국에 의존하는 데 열중하지만, 미국은 필리핀과 관련해선 절대로 중국과 군사적 충돌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매체는 "필리핀은 중국의 자제와 관용을 약점으로 보고 상황을 오판해서는 안 된다"며 "도발은 필리핀의 국익에 어떤 도움도 안 될 것"이라는 중국 해군 전문가 장쥔서의 언급을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논쟁의 무대가 된 스카보러 암초 지역은 필리핀과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벌여온 곳이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형태로 9개 선(구단선)을 긋고 이 안의 약 90% 영역이 자국 영해라고 주장하면서다. 2012년엔 영유권을 주장하며 스카보러 암초를 강제로 점거했다.
스카보러 암초는 필리핀 본섬인 루손섬에서 서쪽으로 240㎞, 중국 하이난에서 900㎞가량 떨어져 있다.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은 각국이 해안가 370㎞ 구역 내에서 자연 자원에 대한 관할권을 지닌다고 명시한다.
국제상설재판소(PCA)는 필리핀이 제기한 소송에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이 국제법상 근거가 없다고 지난 2016년 판결한 바 있다. PCA의 판단에도 중국은 계속 같은 입장을 고수해 필리핀, 브루나이, 말레이시아, 베트남, 대만 등 주변 국가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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