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태권도의 취약 체급으로 꼽혀왔던 ‘마의 80㎏급’에 구세주가 나타났다. 박우혁(23·삼성에스원)이 아시안게임 남자 태권도 80㎏급(2006년 도하 대회까지 78㎏급)에서 21년 만에 한국에 금메달을 가져다줬다.
박우혁은 27일 중국 저장성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태권도 80㎏급 결승에서 세계 정상급 강자 살리흐 엘샤라바티(요르단)를 라운드 점수 2대0(8대4 6대5)으로 꺾고 아시아 정상에 섰다. 엘샤라바티는 2021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리스트로 이 체급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박우혁에게 금메달을 내줬다.
16강과 8강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인 박우혁에게 준결승이 고비였다. 3라운드 종료 3초 전 10대9로 앞섰던 그는 2초 후 감점을 당해 10대10 동점을 허용했으나 동점 땐 회전 기술, 머리·몸통 공격 시도 등을 집계해 승자를 가리는 규정에 따라 가까스로 최종 승자가 됐다. 결승에서 우승 후보인 엘샤라바티를 꺾은 박우혁은 혼성단체전 은메달에 이어 금메달을 목에 걸며 성공적으로 대회를 마무리했다.
남자 80㎏급은 그동안 한국 태권도의 ‘마의 체급’으로 불렸다. 역대 올림픽 최다인 12개의 금메달을 딴 종주국 한국이 단 한 번도 정상에 오르지 못한 체급이기 때문이다. 아시안게임에서도 이 체급 금메달은 2002년 부산 대회 오선택이 마지막이었다.
박우혁은 마의 체급에 나타난 구세주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멕시코 과달라하라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국 태권도가 세계선수권 남자 80㎏급에서 금메달을 딴 것은 1999년 캐나다 에드먼턴 대회 장종오 이후 23년 만이었다. 이후로는 2007년 중국 베이징 대회 장창하의 은메달이 최고 성적이었다.
세계선수권 23년 만의 금메달에 이어 아시안게임에서는 21년 만에 금메달을 가져온 박우혁은 “내 명예보다는 이렇게 큰 무대에서 우리나라 태권도가 다시 한번 높게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한 걸음을 내디딘 것 같아 너무 좋다”며 “이 체급에 좋은 선수들이 우리나라에 정말 많다. 그런데 그저 지금 날개를 펴지 못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박우혁의 우승으로 한국은 태권도 종목에서 대회 시작일인 24일부터 나흘 연속으로 금메달을 챙기는 쾌거를 이뤘다. 첫날 강완진(홍천군청)·차예은(경희대)이 품새 종목 금메달을 석권했고 겨루기 종목 첫날인 25일 장준(한국가스공사·남자 58㎏급)에 이어 26일에는 박혜진(고양시청·여자 53㎏급)이 우승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