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투병 중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99번째 생일 행사가 셧다운(미 연방정부 일시적 업무정지) 가능성에 하루 앞당겨졌다. 7개월째 호스피스 돌봄을 받으며 삶에 대한 '지구력'을 보여주는 그를 향해 전 세계에서 헌사가 쏟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27일(현지시간) 미 CNN 방송에 따르면,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지미 카터 도서관은 카터 전 대통령의 생일 기념 행사를 9월 30일에 개최한다고 밝혔다. 그의 생일은 10월 1일이지만 행사를 이보다 하루 앞당겨 진행하는 것이다. 제39대(1977~1981년) 미국 대통령을 지낸 카터 전 대통령은 역대 미 대통령 중 최장수로 이번 생일이 지나면 99세가 된다.
일정 변경 이유에 대해 토니 클락 카터 도서관 공보담당관은 "하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카터 전 대통령의) 생일을 확실하게 축하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미 의회는 공화당 내 일부 강경파가 예산 삭감을 주장하면서 내년 회계연도 예산안 처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나아가 미 하원을 장악한 공화당이 임시예산안 상정도 거부하겠다고 밝혀 2023년 회계연도가 종료하는 이달 30일 이후로는 셧다운에 들어갈 전망이다.
카터 도서관은 연방정부 예산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셧다운이 되면 일시 폐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카터 공보담당관은 의회가 예산안에 극적 합의할 경우, 기념 행사를 10월 1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덧붙였다.
카터 전 대통령은 2015년 뇌암 완치 판정을 받았지만 2019년에 피부암이 발병했다. 올해 2월부터는 연명치료를 중단하고 호스피스 돌봄을 받고 있다. 당초 호스피스 돌봄에 들어갔을 때 주변인들은 그가 일주일을 버티지 못할 것이라고 봤지만, 7개월이 지나며 세계 곳곳에서 그를 향한 헌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카터센터는 그의 99세 생일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사흘 만에 6000여 개의 축하 메시지가 답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카터 전 대통령이 호스피스 돌봄 중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면서 그를 존경하는 많은 세계인의 상상력을 사로잡고 있다"며 "재선에 실패했지만 퇴임 뒤 수십 년 봉사를 통해 업적을 탈바꿈하고,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한 대통령을 향해 애정 어린 작별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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