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법개혁 물건너간 ‘김명수 코트’…법관 대거 이탈하고, 재판은 줄줄이 지연

■[김명수 6년 기획, 남겨진 과제]

법원 떠나는 판사들…454명 법복 벗어

고법 부장판사 폐지·법원장 후보 추천제

엘리트 판사들 대거 이탈 원인으로 지목

재판지연으로 ‘장기미제’ 사건 급증하고

잇단 편향된 판결로 사법부 신뢰도 추락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1월 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판사들 줄사표’ 이어져…매년 평균 75명



지난 2017년 9월 김명수 대법원장 취임 이후 한해 평균 법관 75명이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기인사 때마다 판사들의 ‘줄사표’가 반복되면서 김 대법원장의 6년 임기 중 법원을 떠난 판사 수는 총 454명에 달했다. 법원 안팎에선 김 대법원장이 도입한 인사개혁이 오히려 열심히 일할 동기를 떨어트렸다는 지적이다.

28일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지난 6년간(2018~2023년) 사직한 법관 수는 총 454명으로 집계됐다. 연도별로 사직한 법관은 2018년 73명, 2019년 53명, 2020년 73명, 2021년 93명, 2022년 89명이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73명이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한해 법원을 떠난 법관이 처음으로 100명을 넘어설 것이란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이미 전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퇴직자 수(384명)를 한참이나 넘어선 수준으로 김 전 대법원장 남은 임기를 고려하면 최대 20% 이상 퇴직자가 늘어났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퇴직자 가운데 법원 경력 20년 안팎의 중견급 판사들이 대거 포함돼 내부에서는 “법원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다”는 불만마저 터져 나오고 있다.

전관예우를 막는다는 취지로 법원장급 판사들이 일선 재판부로 복귀하는 ‘평생법관제’와 법조경력 30년 이상의 판사를 재임명하는 ‘원로법관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지만 로펌으로 향하는 전관 변호사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 실제 법관들의 퇴직 러시가 계속되면서 김 전 대법원장 임기 중 법관 재적 인원은 정원의 90%에도 미치지 못했다. 새로 임명되는 경력직 법관으로는 퇴직 판사들의 공백을 메우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퇴임식을 마치고 대법원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법 부장판사 폐지·법원장 후보 추천 도입이 원인



김 전 대법원장 재임기간 중 판사들이 대거 이탈한 원인으로 고등법원 부장판사 제도 폐지와 법원장 후보 추천제로 요약되는 ‘김명수표 인사개혁’이 꼽힌다. 법관으로서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승진제도가 사라지면서 더이상 법원을 평생직장으로 삼을 만한 유인책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기인사 때마다 반복되는 유능한 판사들의 이탈은 결국 인력난에 따른 재판 지연과 질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김 전 대법원장이 사법부의 관료화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추진한 인사정책을 패착으로 평가하는 이유다.



법조계에 따르면 올해 1월 김 대법원장이 단행한 마지막 고위 법관인사를 앞두고 전국 고등법원 판사 15명이 법원을 떠났다. 고법 판사 제도가 도입된 2011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법원행정처 기획심의관을 지낸 이호재(사법연수원 28기) 서울고법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심의관을 지낸 박재영(30기) 서울고법 판사, 사법고시 수석 출신인 정수진(32기) 서울고법 판사 등 서울고법에서만 판사 13명이 사표를 냈다. 고법 판사 퇴직은 연간 1~2명 수준에서 김 대법원장 취임한 2017년(9명)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지난해 13명, 올해 15명으로 매년 늘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판사들의 ‘퇴직 러시’ 중에서도 고법 판사들의 대거 이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법원의 ‘허리’격인 고법 판사는 경력 20년 안팎으로 법원 내 엘리트 코스로 꼽혔다. 그만큼 고법 판사는 법원 내에서 실력을 인정받는 자리로 인식돼왔다. 하지만 김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사법부의 관료화’와 ‘줄세우기 폐단’을 없애겠다는 취지로 2020년 고법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하면서 고법 판사들의 이탈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판사에서 출발해 고법 판사, 지법 부장판사, 고법 부장판사, 법원장, 대법관으로 이어지는 승진 사다리가 사라지면서 판사들 사이에 열심히 일을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사라진 셈이다. 지법과 고법 인사를 분리한 법관 인사 이원화 정책과 법원장 후보 추천제 도입으로 고법 판사가 지법으로 가는 길도 막혀버렸다.

한 고법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을 나오려는 부장판사급 법관들이 많아지면서 대형 로펌에서도 과거처럼 치열한 영입 경쟁을 벌이지 않고 있다 점을 보면 법원 내부 뿐만 아니라 외부에서 그 위신이 크게 하락했을 알 수 있다”며 “고연차 판사들 사이에서도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인데, 사명감만으로 유능한 인재들을 붙잡아두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분위기를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판사들의 대거 이탈이 이어지면서 법원 내 인력난도 심화하고 있다. 김 전 대법원장 재임 중 법관 정원이 두 차례나 증원됐지만 한해 평균 75명에 달하는 판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지면서 법관 가동률은 6년 내내 제자리에 머물러 있다. 경력직 법관을 채용하는 법조일원화로 고연차 판사들의 빈자리를 저연차 법조인으로 메우는 방식도 문제다. 법원행정처는 현재 3214명인 전체 법관 정원을 2027년까지 370명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탈하는 판사들을 붙잡아둘 유인책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현재와 같은 방식으로는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엔 한계란 지적이다.

김명수(가운데)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 2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서 자리에 앉아 있다. 이날 재판은 김 대법원장 임기 중 열린 마지막 전원합의체다. 사진제공=법원행정처


재판지연으로 ‘장기미제’ 사건 매년 급증



재판지연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판사 한 명당 담당해야 할 사건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데 퇴직자가 늘면서 판사 부족 사태를 불러왔고, 이는 자연스레 재판 지연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2년 사법연감에 따르면 김 대법원장이 취임한 2017년 293일이었던 민사 합의부 1심 재판 기간이 5년 만인 2022년에는 420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2년 내 1심 판결이 나오지 않는 장기미제 사건은 민사재판이 3배, 형사재판은 2배로 급증했다. 민사소송법에 따라 판결은 소송이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한다. 소송촉진법은 형사사건은 1심 기소 후 6개월 내에 선고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 전 대법원장 체제에서 헌법상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마저 빼앗겼다는 평가다.

대형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재판부의 사건배당 오류, 법원 전산시스템 마비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며 “인력 부족으로 담당해야 할 사건 수가 늘어나고 복잡한 사건이 늘어나 업무 강도가 세지는 것을 넘어 법원 내 긴장감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사법부의 신뢰가 하락한 것도 판사들이 법원을 떠나는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 전 대법원장 취임 이후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 등 진보 성향의 재판관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주요 사건마다 편향된 판결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2020년 7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대법원의 결정과 2020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법외노조 통보에 대해 1, 2심을 뒤집고 위법이라고 판단하면서 사실상 합법 노조로 인정한 사건, ‘노란봉투법’ 판결로 불리는 지난 6월 대법원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조의 손해배상 판결이 대표적이다. 사법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높아지면서 판사들의 사기가 저하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