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의 절반이 지났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과 북적거리는 시간을 보낸 후 남은 연휴 기간 나만의 시간을 보내기 위한 계획을 세우는 이들도 많다. 장장 6일에 이르는 긴 황금 연휴 중 하루 쯤은 집 근처 미술관을 찾아 예술이 있는 휴일을 만끽하면 어떨까. 이번 연휴 기간 관람객을 맞는 주요 미술관을 서울과 서울 외 지역으로 구분해 정리했다.
덕수궁부터 삼청동까지…오래 기억 남을 그림 보러 나들이
국립현대미술관은 추석 당일을 제외한 28일부터 30일까지 전관을 무료로 개방한다. 국립현대미술관 본관에서 열리는 ‘정연두:100년 여행기’는 사진,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설치 작품을 통해 20세기 초 멕시코 유카탄반도로 이주한 한인과 그 후손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슬로우모션으로 진행되는 이주민들의 일상 생활과, 판소리로 들어보는 이주 당시의 상황 등을 통해 이주민의 삶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는 장욱진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평생에 걸쳐 ‘가족’을 소재로 한 작품을 그려 온 작가의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BTS의 RM이 사랑하는 작가로 더 잘 알려진 장욱진의 60여 년 화업을 망라한 회고전에서 가족을 향한 작가의 애정과 그리움을 느껴보길 권한다.
서울에서는 현재 ‘서울 미디어시티 비엔날레’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본관을 중심으로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립미술관 벙커, 스페이스mm, 소공스페이스, 서울로 미디어 캔버스 등 6개 전시공간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프리스 서울에서 주목 받은 미술 컬렉팅 그룹 이끼바위쿠르르의 설치 작업을 포함해 다양한 형태의 미디어 아트를 감상할 수 있다. 인근을 오가며 한 번쯤 들어가 감상하면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한국과 영국 수교 140주년을 기념해 열리고 있는 내셔널갤러리 런던의 대표 소장품 52점을 볼 수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역시 추석 당일만 휴관하고 나머지 휴일은 정상 운영한다. 라파엘로 ‘성모자와 세레 요한’, 렘프란트의 ‘63세의 자화상’ 등의 걸작을 감상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말자.
추석에도 열리는 안도타다오의 ‘청춘’…전국서 열리는 이건희 컬렉션도 서둘러야
서울 외 지역의 미술관에서도 풍성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가 설계한 것으로 유명한 강원도 원주의 ‘뮤지엄 산’에서는 개관 10주년을 맞아 열리는 안도타다오의 ‘청춘’을 볼 수 있다. 이 전시는 당초 7월 말 종료 예정이었으나 큰 인기를 끌면서 연장됐다. 지난 7월에는 안도 타다오의 ‘빛의 공간’이 공개되면서 더욱 호평을 받고 있다. 뮤지엄 산은 추석 연휴에도 휴일 없이 열리는 만큼 이번 기회를 노려보자.
충북 청주에서는 서울 못지 않게 다양한 전시가 열린다. 벌써 누적 관객 3만 명을 돌파한 국내 최대 공예 행사 2023 청주공예비엔날레는 명절을 맞아 고향을 찾은 이들 뿐 아니라 청주 외 거주자도 시간을 내 방문할 만하다. 옹기, 자수 등 전통 공예 작품부터 3D 프린팅이나 AI를 활용한 작품까지 57개국 작가들이 공들여 제작한 3100여 점의 작품이 전시된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에서는 ‘피카소 도예’가 열리고 있다. 피카소의 명작 도예품 107점과 1940년대 말부터 작가가 제작한 사람, 동식물 등을 형상화 한 수많은 도예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직 이건희컬렉션을 보지 못했다면 국립청주박물관을 방문하다. 이곳에서는 ‘어느 수집가의 초대’가 열리고 있는데 겸재 정선의 ‘인왕 제색도’ 등 걸작을 볼 수 있다.
대구미술관도 28일부터 10월 3일까지(추석 당일을 제외) 문을 연다. 연휴기간 중 미국이 낳은 세계적인 조각가 칼 안드레의 아시아 최초 개인전과 여류 근대 작가 윤석남 전시 등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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