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돌입을 앞둔 미국 경제가 파업·정부 업무 중지(셧다운) 리스크에 휘청이고 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파업 확대를 예고 중인데다, 내년 예산안이 하루 내 처리되지 않으면 10월 1일부터 연방정부 셧다운이 불가피하다. 파업과 셧다운이 경제 회복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향후 경제 정책 결정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로이터·CNN 등에 따르면 UAW는 노사 협상 진전이 없을 시 29일(현지 시간)부터 파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UAW는 지난 15일부터 GM·포드·스텔란티스 미국 내 공장 각각 1곳에서 동시 파업을 시작했다. 22일부터는 GM과 스텔란티스 38개 부품공급센터도 파업에 동참했다. UAW 노조원은 총 14만6000여 명에 달한다. 현재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만 1만8000명 이상이다. CNN은 “UAW의 파업이 이제 시작일 수 있다”며 파업 확대 가능성을 언급했다.
노조는 향후 4년 간 36%의 임금을 인상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전기차가 대세로 떠오르며 전통적인 내연기관 자동차 판매가 위협 받고 있는데다, 자동차 업체들이 로봇 도입 등 공정 자동화를 서두르며 근로자들이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는 주장이다.
기업들은 노조 요구에 따를 경우 공멸을 면할 수 없다며 난색이지만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UAW 파업이 정치 의제로 떠오르며 기업들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물론 차기 대선 출마를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도 자동차 업계를 찾아 ‘표몰이’에 나서고 있는 탓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대 현직 대통령 중 처음으로 UAW 파업 현장을 찾아 '피켓라인(파업 동참을 독려하기 위한 노동자 대열)’에 동참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무(無)노조 자동차 부품 공장을 찾아 집권 시 내연기관 자동차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UAW 파업 확대가 목전에 다다른 한편에서는 미국 연방 정부 셧다운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의회에서 내년 예산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는 탓이다. 미국 정부 회계연도는 10월 1일부터 시작돼, 이전까지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연방 정부 공무원에게 급여를 지급할 수 없게 돼 업무가 정지된다. 이 경우 국방과 안보 등 필수 인력은 무급으로 근무를 이어가야 하고, 그 외 공무원은 무급 휴직 처리된다. 미 상원은 임시예산안에 합의했으나 하원 내 공화당 강경파들은 법안 처리를 거부 중이다. 예산 감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어서 이대로는 셧다운을 피할 수 없다.
시장은 파업과 셧다운이 불러올 경제적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UAW 파업이 일주일마다 미국 국내총생산(GDP) 0.05~0.1%포인트를 갉아먹을 것으로 분석했다. 셧다운으로 인한 분기별 연평균 성장률 감소치는 매주 약 0.2%로 봤다. 셧다운 타격이 길어질 수록 성장률 전망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파업에 참여하는 노조원들과 셧다운으로 휴직 전환된 정부 노동자 80만명이 월급을 받지 못해 발생하는 소비 감소도 측정할 수 없는 간접 타격이다.
나아가 셧다운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향후 정책 결정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셧다운 기간 중 임금, 고용, 물가 등 통화 정책 주요 지표가 발표되지 않는 탓이다. 정보 부족으로 향후 경기 흐름을 예측하는데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상승, 노조 파업, 셧다운, 학자금 대출 상환 재개 등 여러 리스크 중 한 가지 충격은 미국 경제가 버텨내겠지만 동시에 터지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