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한 2020년부터 몇 년간 핵심 키워드로 떠오른 단어는 '백신'과 '예방접종'이다. 전례없는 전염병이 우리의 일상을 공포로 몰아넣으면서 그야말로 백신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릴 구원투수로 주목을 받아왔다. 보건당국인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26일 ‘2023~2024절기 코로나19 예방접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눈에 띄는 것은 질병관리청이 이번 절기 접종부터 코로나19와 백신의 동시접종을 권고한 점이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지난달 19일 내년 4월 30일까지 2023-2024절기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을 실시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플루엔자 국가예방접종 대상은 생후 6개월부터 13세 이하 어린이, 임신부, 65세 이상 어르신이다.
일반인들의 시각에서 보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동시에 할 경우 추가적인 부작용을 겪는 것은 아닌지 우려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의 동시접종 시 유효성과 안전성에 대한 국내?외 연구가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다"며 "미국 등 해외 주요국도 동시접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9월 8일 발표된 이스라엘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접종한 집단과 코로나19 백신을 단독접종한 집단의 면역원성을 분석한 결과, 생성되는 면역수준에는 일부 차이가 있지만 백신의 효과는 충분히 발현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두 백신 동시접종군의 항체가는 코로나19 단독접종군의 0.84배로, 세계보건기구(WHO) 신규백신 비열등 승인 적용기준치인 0.67 이상이라는 설명이다.
질병관리청은 영국 연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두 백신을 분리접종한 집단과 비교해 코로나19 백신을 단독접종한 집단에서 생성되는 면역수준은 유의미한 차이가 없고, 동시접종이 백신의 효과를 저하시키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됐다. 동시접종한 집단의 이상반응도 대부분 경증 또는 중등의 전신반응이었으며, 국소 이상반응은 주사부위 통증(83%)이 대부분이었다.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더라도 각각 백신의 효과를 떨어뜨리지 않고 후유증도 거의 없는 만큼 적극적인 접종이 권고된다는 설명이다.
WHO는 2021년 이후 매년 동절기 기간동안 동시접종의 위험성이 확인되지 않음을 근거로, 접종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각 국가로 하여금 동시접종을 권고하도록 하고 있다. 미국 질병예방센터(CDC) 역시 별도의 추가 방문 없이 두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는 장점이 크므로, 의료인으로 하여금 접종자에게 코로나19와 인플루엔자 백신의 동시접종을 권고토록 하고 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앞선 연구결과 및 해외사례에 따라 동시접종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충분히 검토해 권고한다"며 "의료진은 65세 이상 어르신 등 고위험군의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을 위한 의료기관 방문 시 코로나19 백신과 동시접종이 가능함을 안내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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