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조금씩 살아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9월 수출액은 546억 6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4% 감소하는 데 그쳤다. 2개월 연속 한 자릿수 감소 폭으로 지난해 10월(-5.8%) 이후 가장 적게 줄었다. 우리 수출의 양대 축인 반도체와 대중(對中) 수출에서 반등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9월 반도체 수출은 99억 3600만 달러로 1년 사이 최대 실적을 올렸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3.6% 줄어든 것이지만 올 1월과 2월에 기록했던 40%대 감소 폭을 감안하면 최악의 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대중 수출도 올해 최대 규모인 110억 달러까지 확대됐다. 대중 무역수지 적자 역시 1억 4000만 달러로 축소됐다.
수출의 불씨가 살아나고 있는 것은 다행스럽다. 정부도 “반도체 업계에서 여러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며 수출 반등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수출이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수출액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9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월간 수출이 1년째 줄어든 것은 2018년 12월~2020년 1월 이후 최장이다. 지난달 무역수지가 37억 달러 흑자로 4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지만 수입이 수출보다 더 많이 줄어든 탓에 생긴 ‘불황형 흑자’에 불과하다. 게다가 글로벌 긴축 장기화 속에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환율이 요동치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高)’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방문규 산업부 장관이 “수출이 플러스 전환의 변곡점에 위치해 있다”고 말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우리 수출은 완연한 회복세를 타느냐, 다시 주춤거리느냐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섣부른 경기 낙관론에 안주하지 말고 수출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 지금이 ‘골든타임’이라는 비상한 각오로 세제·예산·금융 지원, 기업 규제 사슬 혁파 등의 전방위 지원책 실천을 서둘러 수출 회복의 불씨를 확실하게 살려야 할 것이다. 기업들의 수출 품목 및 시장 다변화도 적극 지원해 뚜렷한 수출 증가세로 이어질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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