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영화 축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내홍을 극복하고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4일부터 13일까지 열리는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선택과 집중 끝에 예년보다 규모는 줄었지만, 4개 극장 25개 스크린에서 총 209편의 개성 있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는 배우 박은빈의 단독 사회로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렸다. 개막식에서는 이창동 감독, 배우 유승호, 이성민, 송중기, 조진웅, 차승원, 임수정과 홍콩 배우 주윤발 등이 레드카펫을 밟으며 열띤 환호를 받았다. 한국계 미국인을 비롯해 세계적인 영화스타들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배우 존 조와 정이삭, 저스틴 전 감독, 중국 배우 판빙빙 등이 참여해 자리를 빛냈다.
이번 부산국제영화제는 개최까지 난항이 많았다.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둘러싸고 파행이 따른 탓이다. 예산이 축소돼 규모도 줄었다. 영화제 공식 초청작은 지난해 71개국 243편에서 올해 69개국 209편으로 감소했다.
개막식에서는 한국과 홍콩의 ‘형님’ 같은 두 배우가 만남의 장을 가졌다. 영화제의 이사장과 집행위원장이 공석인 까닭에 이날 배우 송강호가 ‘올해의 호스트’를 맡아 홍콩 배우 주윤발에게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시상했다. 송강호는 “슈퍼 히어로가 아닌, 스크린 속 영웅”이라고 주윤발을 소개하며 상을 건넸다.
배우 유덕화, 이안 감독 등에게 축하 영상 메시지를 받으며 벅찬 표정을 짓던 주윤발은 무대에서 “배우를 시작한 게 1973년이라 올해로 딱 50년이 된다”면서 “50년은 긴 세월이지만 어제 같기도 하다. 제가 배우가 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소감을 전했다. 그는 한국어로 장난스럽게 “기뻐요, 감사합니다. 사랑해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올해 개막작은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한국 영화 ‘한국이 싫어서’다.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 마켓에서 첫 선을 보인 작품은 7년 만에 개막작으로 초청받아 영화제를 다시 찾게 됐다.
영화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전혀 다른 기후와 환경 속에서 ‘계나(고아성 분)’의 삶을 교차 편집하며 청년 세대의 고민과 다채로운 감정을 그린다. 추위를 싫어하는 동화 속 펭귄처럼, 20대인 계나는 한국인이지만 차가운 한국의 현실을 싫어한다. 영주권을 따기 위해 뉴질랜드에서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학위를 따지만, 그 곳에서의 삶도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한국과 뉴질랜드 어디에서도 이방인처럼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계나. 그럼에도 그는 절망하지 않고 자신의 앞에 주어진 희망을 좇는다.
이날 열린 개막작 기자회견에서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수석 프로그래머)은 개막작 선정 이유에 대해 “영화 속 다양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청년이라는 점”이라면서 “‘한국이 싫어서’라는 제목은 특정한 국가를 지칭하고 있지만, (영화는) 보편적으로 젊은 세대들이 갖고 있는 어려움들을 정직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영화제를 빛내는 영화들과 함께 아시아의 대표적인 콘텐츠 마켓인 ‘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도 오는 7일부터 10일까지 열린다. 지난달 열린 개최 기자회견에서 박세리 아시아 콘텐츠&필름 마켓 실장은 “지난해에 비해 약 25% 부스 숫자가 늘었다”면서 “참가 수가 지난해보다 많이 늘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TV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대상으로 한 아시아콘텐츠어워즈(ACA)는 올해 전 세계 OTT 콘텐츠로 범위를 넓혀 개최된다. 스핀오프 페스티벌 ‘커뮤니티 비프’는 6일부터 9일까지 롯데시네마 대영, 남포동 비프광장,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일대에서 ‘리퀘스트 시네마’ 등 관객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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