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은 포털 ‘다음’에서 이뤄진 남자 축구 한중전 응원 클릭 조작 논란이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포털의 취약성이 드러난 만큼 ‘드루킹’ 사건처럼 야당에서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거나 심지어 북한 해커들이 남측 선거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와 관련해 포털 댓글에 국적을 표시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을 일부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4일 소셜미디어에 “내년 총선을 불과 6개월 앞두고 여론 조작 ‘드루킹’의 뿌리가 방방곡곡에 파고들어가 망동을 획책하고 있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밝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 역시 “네이버나 카카오는 클릭이 늘어야 이익이 올라가기에 방어할 시스템을 만들 수 있으면서도 방치했다고 본다”며 책임론을 지적했다. 이어 “드루킹 사건과 지난 총선 때 ‘차이나게이트’ 사건에서 보듯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며 “얼마든지 선거에도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기에 경각심을 갖고 새로운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법적 보완을 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당은 이에 포털 등을 대상으로 국회 차원에서 진상 규명에 나서는 한편 당정 차원에서는 ‘가짜 뉴스 방지 입법’ 방안도 마련할 예정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와 관련해 이날 방송통신위원회의 긴급 현안 보고를 받은 뒤 “방통위를 중심으로 법무부·과학기술부·문화체육관광부 등 유관 부처와 함께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시급히 구성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조만간 범부처 차원의 가짜 뉴스 점검 및 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조직이 출범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여당 차원에서는 이달 국정감사에서 한중전 응원 클릭 조작 논란 의혹의 진원지인 다음을 겨냥해 진상 규명에도 나설 계획이다.
방통위는 국내 포털이 여론 조작에 취약한 구조를 드러내고 있어 ‘맞춤형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동관 방통위원장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다음·카카오는 비로그인 상태 사용자의 1인당 응원 클릭 횟수 무제한 허용으로 인한 실수라고 한다”면서 “하지만 그만큼 포털 서비스들이 특정 세력의 여론 조작에 취약하다는 점을 재확인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에 방통위는 포털 댓글에 국적을 표시하도록 하는 등 투명성을 일부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방통위에 따르면 1일 한중전 경기 전후로 다음 응원 페이지에 뜬 ‘응원 클릭’ 약 3130만 건(확인 IP 2294만 건)을 긴급 분석한 결과 댓글 중 약 50%는 네덜란드, 약 30%는 일본을 경유해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국회에는 김 대표가 발의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 법률안’이 올라와 있다. 이 개정안은 포털에 댓글이 달릴 때 국적 또는 접속 국가를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아울러 가상사설망(VPN)을 통한 우회 접속 여부도 알 수 있도록 강제했다. 이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범부처 TF가 국내외 포털 사업자들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한 법안 마련 등을 논의할 것”이라면서 “김 대표 등이 발의해 국회 계류 중인 법안 등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입법부의 협조가 필요하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규제와 관련해 인터넷 업계 안팎에서는 논란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축시킨다는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 포털 사업자의 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대표의 법안이 통과될 경우 댓글의 국적이나 우회 접속 여부를 표시하지 않을 때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와 함께 VPN을 이용해 우회 접속할 때 작성자가 국가명을 조정할 수 있어 역효과가 크다는 반론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는 정부의 규제 입안에 대해 부정적 기류가 특히 강한 상황이다. 한국인터넷협회 관계자는 “인터넷 기업들이 우회 접속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기술적 장치와 막대한 비용 투입이 요구된다”면서 “투입 대비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카카오는 남자 축구 한중전 여론 조작 의혹과 관련해 “매크로 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다. 또 서비스 전반에서 어뷰징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모니터링 체계를 개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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