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은 기각될 겁니다. 기각 사유에는 혐의 중 일부가 소명됐다는 내용이 담길 거고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영장 실질 심사 하루 전인 지난달 25일 기자와 만난 한 법조인의 말이다. 뻔한 결과인 듯 말하는 모습이 다소 허풍스러웠지만 그는 구속영장 결과와 기각 사유를 모두 맞혔다. 안타까운 점은 그가 뒤이어 내뱉었던 말마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여당은 기각 사유를 근거로 목소리를 높일 것이고 야당은 사유와는 무관하게 기각됐다는 결과만으로 검찰을 비판할 것이다. 정치권의 견강부회식 해석이 어디 한두 번이냐”고 덧붙였다.
법원은 지난달 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며 위증 교사 의혹에 대해 “혐의가 소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백현동 개발 의혹에 대해서는 “직접 증거가 부족하다”고 밝혔으며 대북 송금 의혹과 관련해서는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듯한 결과다. 인정된 것과 증명하지 못한 것이 분명하게 나뉘었다.
다만 여야의 반응은 일차원적이었다. 여당은 범죄 사실이 소명된 부분을 언급하며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야당은 무리한 정치 수사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공식 사과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파면을 요청했다. 심사 당일 법원 앞에서 친(親)이재명 집단과 반(反)이재명 집단이 기각과 구속을 연거푸 외쳤던 모습과 판박이다. 검찰도 “판단에 정치적 고려가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법원 탓을 했다. 한 보수 시민 단체는 법관의 판단을 인정할 수 없다며 담당 판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수사와 재판에 대한 견강부회식 해석은 결국 ‘사법의 정치화’로 이어진다. 국민들은 사안의 곡직을 판단하기 요원해지고 정치 피로감은 가중된다. 여당과 야당은 제 입맛대로만 받아들이는 것을 멈추고 검찰은 그들의 주장을 수사와 결과로 증명해야 한다. 추석 귀성길에 만난 한 시민은 “(정치권의 모습을 보면) 명절에 웃음이 아니라 한숨만 나온다”고 토로했다. 눈과 귀를 막은 정치권을 보며 자조 섞인 시민의 푸념을 듣는 것이 익숙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