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노르웨이의 극작가이자 소설가·시인인 욘 포세(64)가 선정됐다. ‘만년 노벨문학상 후보’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번에도 고배를 마셨다.
스웨덴 한림원은 5일(현지시간) 포세에게 올해 노벨 문학상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한림원은 "혁신적인 희곡과 산문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는 것들을 말로 표현했다"며 욘 포세를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를 밝혔다.
또 포세가 그의 작품에서 "그의 노르웨이 배경의 특성을 예술적 기교와 섞었으며, 인간의 불안과 양가성을 본질에서부터 드러냈다"고 설명했다. 한림원은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작품이 상연되는 극작가 중 한 명이면서 산문으로도 점차 더 인정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포세는 리듬과 멜로디, 침묵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단순한 언어 구사 중심의 미니멀리즘 성향 작품 세계로 자주 사뮈엘 베케트에 비교되기도 한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포세는 비에른스티에르네 비에른손(1903년), 크누트 함순(1920), 시그리드 운세트(1928)에 이어 노르웨이 작가로는 4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게 됐다.
포세는 "나는 압도됐고 다소 겁이 난다"며 "이 상은 다른 무엇보다도 다른 고려 없이 문학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문학에 주어진 상이라고 본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포세는 북유럽권에서 널리 알려진 거장으로 그간 40여편의 희곡을 비롯해 소설, 동화책, 시, 에세이 등을 썼으며, 그의 작품은 세계 50여개국 언어로 번역됐다.
이번 발표를 앞두고 영국의 유명한 온라인 베팅사이트 나이서오즈(Nicer Odds)의 배당률 순위에서 중국 작가 찬쉐(殘雪·70)에 이어 2위에 오를 정도로 유력한 후보로 꼽혀왔다.
그의 희곡들은 전 세계 무대에 900회 이상 오르며, '인형의 집'을 쓴 헨리크 입센(1828∼1906) 다음으로 가장 많은 작품이 상연된 노르웨이 극작가로서 현대 연극의 최전선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새로운 이름: 7부작 중 6∼7권'은 작년 영국 최고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국내에도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문학동네), 희곡집 '가을날의 꿈 외'(지만지드라마) 3부작 중편 연작소설 '잠 못 드는 사람들' 등 3편(새움) 등이 번역돼 있다.
포세는 1959년 노르웨이의 해안도시 헤우게순에서 태어나 하르당게르표르에서 성장했다. 1983년 장편소설 '레드, 블랙'으로 데뷔했다.
이후 1990년대 초반에 생계에 어려움을 느끼던 차에 희곡 집필 의뢰를 받은 것이 하나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내가 이런 종류의 작품(희곡)을 시도해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는데 내 작가 인생에서 가장 큰 놀라운 경험이 됐다"며 "이런 종류의 글쓰기가 나를 위한 것이라는 점을 깨달았고 느꼈다"고 말했다.
포세에게는 상금 1100만 크로나(약 13억5000만원)와 메달, 증서가 수여된다.
한편 올해 문학상에 중국, 일본, 케냐 등 여러 국가의 작가들이 거론돼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기도 했다. 노벨상위원회에서는 후보군을 원칙적으로 공개하진 않지만, 아시아에선 2012년 중국의 모옌 이후 수상자가 없어 아시아 작가의 수상 가능성이 높게 점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그가 오랜만에 신간을 출간하면서 대중적 관심도도 높아진 상태다. 하루키는 지난 4월 신간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을 출간했다. 6년 만의 신간이다. 일본에선 독자들이 오픈런을 하는 등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켰고, 우리나라에서도 지난달 출간되자마자 수 주째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를 지키고 있다. 하루키는 지난 5월 일본인 최초로 ‘스페인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아스투리아스 공주상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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